[성직마당] 송열섭 신부ㆍ청주교구 시노드 담당

▲ 송열섭 신부ㆍ청주교구 시노드 담당
어느 겨울, 저녁을 먹고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으나 유독 눈에 들어오는 성좌가 있었다. 별 셋이 나란히 놓여 있었고 위 아래로 별 두개씩이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그 성좌의 이름을 알고 싶어서 여기저기 물어보았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책방을 찾았고, 별자리 책을 통하여 비로소 별자리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 별자리는 바로 오리온좌였다.

'볼 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복된 사람이다.

헬렌 켈러 여사는 볼 수 있는 시력이야말로 모든 감각 중에서도 가장 값지다며 이렇게 말했다.

"만약 내가 이 세상을 사는 동안에 유일한 소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죽기 전에 꼭 삼일동안만 눈을 뜨고 보는 것이다" 헬렌 켈러가 삼일동안 보고 싶은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들의 꽃들을 보는 것이었고, 박물관과 밤하늘의 별들을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표정들을 보고, 오후에는 영화를 감상한 뒤 네온사인에 반짝거리는 쇼윈도를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 삼일 동안 볼 수 있게 하여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겠다고 하였다.

'볼 수 있는' 사람은 그에 걸맞게 바르고 옳게 보아야 한다. 나무를 잘 보려면 꽃과 열매뿐만 아니라 뿌리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을 보되 겉모습만이 아니라 속마음도 볼 줄 알아야 하고, 사물을 보되 그 깊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최근 정부는 체세포배아복제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하였다.

왜 허용하기로 하였을까? 관계자들은 예상되는 경제적 이득과 난치병 환자의 치료가능성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라면 인간배아정도는 희생시켜도 좋다고 보았을 것이다. 과연 그런가?

인간배아는 수정 배아이든 체세포 배아이든 단순한 세포가 아니라, 바로 존엄한 인간생명체이다.

불치병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라면 윤리 문제가 없는 성체줄기세포연구의 길이 있다. 그런데도 한 사람의 치료를 위해서라면 한 인간 즉 인간배아를 희생시켜도 좋은가?

하긴 일본의 731부대는 마루타실험으로 수천 명의 중국인과 한국인을 희생시켰다. 마루타가 침해되어서는 안 될 고귀한 인간이라면, 배아도 고귀한 인간생명체이다. 제대로 보면, 모든 인간의 첫 단계가 바로 배아이고, 그 다음이 태아, 유아, 청소년이 아닌가?

어느 날, 방 안에서 밤하늘을 보았으나 방안의 불빛 때문에 오리온좌가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등불을 껐고, 비로소 밖이 잘 보였다. "사물을 잘 보려면 마음의 욕망을 꺼야 한다" 욕망이 자리하고 있으면 밖의 사물을 제대로 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출세욕이 앞서는 정치인은 국민의 어려움을 제대로 볼 수 없고, 물욕이 앞선 공직자는 서민의 아픔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명예욕이 앞서는 교사는 학생의 아픔을 제대로 보지 못하며, 배우자 아닌 사람을 마음에 두는 사람은 가족의 고통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래서 감사의 마음보다도 원망과 불평, 갈등과 폭력이 앞서는 것 아니겠는가? 5월 가정의 달에 먼저 가족부터 따뜻한 마음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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