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윤의상ㆍ변리사ㆍ한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윤의상씨
아버님, 지난 13일에 공주에 사는 사촌 여동생 결혼식이 태백에서 있어 그곳을 다녀왔습니다. 공주 작은 아버지는 운동으로 살을 빼셨다는데 어쩌면 그렇게 아버지 당신의 모습을 닮아 가는지, 아버님이 더욱더 그립더군요.

아버님, 당신께서 돌아 가신지도 130여일이 지났습니다. 당신은 당신께서 왜 돌아가셨는지도 모르실 겁니다.

당신께서는 지난 1월 12일 오전 10시경 벼 25가마를 싣고 증평 정미소로 가시던 중 옥수 고개 너머 삼거리 쯤에서 경운기 뒤쪽을 쏘나타 승용차가 추돌, 경운기는 두동강나고 당신께서는 현장에서 운명하셨습니다.

아버님, 당신께서는 그렇게 마지막 한마디 못하시고, 고통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자식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농사일로 고생만 하시던 아버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그날이 원망스럽고 승용차 운전자가 불구대천지수로 생각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용서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운명이라 받아들이기로 하였으니 아버님께서는 이승에서의 피곤함을 이제 모두 잊으시고 영면 하십시오.

농사 욕심이 많으시던 아버님, 올해 밭농사는 짓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고추, 땅콩, 고구마 등 작물을 심던 밭은 이제 부치지 않기로 하였고 그 대신 집 앞마당의 잔디를 걷어내고 흙을 돋구어 조그마한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텃밭에는 감자 조금과 고추를 심었구요. 몇 마지기 되지 않는 논에는 모내기를 마쳤습니다.

모내기는 동생 처가 쪽에서 해주셨구요. 모내기 전 논에 있던 볏짚을 태우고 비료를 뿌릴 때는 아버지 생각에 눈물도 같이 뿌렸답니다.

수로와 연결되어 논에 물이 들어오는 물구멍은 고장나서 시멘트로 단단히 해 두었구요. 집에 가면 그래도 논부터 한 바퀴 돌아 봅니다.

논에서 집으로 오다보면 아버님과 함께 일하던 곳, 누에치기 위한 뽕밭, 담배 농사 하던 밭이 보입니다.

제대로 못한다고 아버님께 꾸지람 듣던 그곳, 아버님 안 보일 때 담배 피던 그곳에 앉아 담배 한대 피워 봤습니다.

시골 동네의 전에 살던 집에도 가끔 가 보곤 합니다. 빈 집 울 밖에서 아버님도 좋아 하셨고 유달리 저도 좋아했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나무순을 바라만 보았습니다. 이미 철 지나 못 먹을 것 같더군요.

빈집 뒤안의 오래된 담배 건조실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지은지 40여년 가까이 되는 흙벽돌 건조실이지만 워낙 튼튼히 지어 놓은거라 아직 쓰러지지 않고 잘 있더군요.

존경하는 아버님.

약주나 한잔 드시면 호령도 하시고, 말씀 많으셨지만 평소에는 정 표현 서툴렀던 당신, 여식까지 무슨 대학 공부냐 하시는 동네 어른들의 말씀에도 막내 여동생까지 대학 공부 시키시느라 고생만 하신 아버님, 재산은 절대 물려주지 않겠지만 공부 한다면 하거라 하시며 돌봐주신 아버님, 자식들이 학교 공부 마치고 각자 뜻한 바 있어 시험 공부하면서 합격 못했을 때 고생한 저희 보기가 애처롭고 서운하다는 표현을 자주 하셨지만 약주 드시지 않으면 표현 못하시던 마음 여린 아버님, 당신의 가르침으로 이제 3남매 나름대로의 자리를 잡아가는데 아버님이 안계시다니….

아버님의 산소에 바쳤던 대한 변리사 회 회장, 한국 관세사회 회장, 청주 지방변호사회 회장의 조화도 얼마전에 치웠습니다.

아버님, 아버님의 3남매 아버님 뜻에 어긋나지 않게 우애있고, 할머니, 어머니에게 효도하고 사회에 봉사하며 살아갈 것이오니 부디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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