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붙은 불은 쉬 꺼진다

남녀간의 정이란 오랜 시간을 두고 은근히 들어야 하는 것인데, 심신이 갑자기 뜨겁게 타오르면 그만큼 쉽게 사그라지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다.

갑작 사랑 영 이별이란 말은 그래서 딱 맞는 말이 된다. 좋아도 좋은 마음을 다 내놓지 말고, 싫어도 싫은 마음을 다 내놓지 말 일이다. 그래서 항심이 되게 해야 한다.

갑작 사랑 영 이별

남녀의 사랑이 순식간에 타오르게 되면 또 그렇게 사그라든다는 뜻으로 이르는 말. 사랑이 오래오래 지속되려면 서로간의 마음 속에서 서서히 다져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몸과 마음이 일사천리로 합해진다면 헤어질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가을바람은 총각 바람이고, 봄바람은 처녀 바람이다

스산한 가을바람에는 총각이 들뜨기 쉽고, 봄바람이 치맛자락 파고들 때 처녀가 들뜨기 쉽다는 말. 봄에는 만물이 생기에 가득 차는 것처럼 여자들도 몸에 물이 오른다. 그 차오르는 음기가 모든 양기를 빨아들이려 한다. 봄, 여름을 통해 양기를 잔뜩 비축한 사내들은 가을이 돼서야 양기를 쏟아놓는다. 바람은 그런 기들이 모여 몰려다니는 것이다.

가을 고추밭에서 다홍고추 따듯 한다

가을에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는 일은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물론 고추농사로 돈을 벌기 위해 큰 규모로 짓는 농사꾼은 고추 따기가 지겨우리라. 이 말은 다른 의미, 즉 성적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여자가 사내를 잘 끌어 들여 즐긴다는 말이다. 잘 익은 놈만 똑똑 따먹는 일은 신이 날 것이다.

갓난 계집애 사타구니에서 밥풀 떼어 먹는다

매우 인색하고 좀스럽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빗대어 이르는 말. 먹으나 마나인 것을 먹고 욕 먹느니, 조금 주렸다해도 의연하게 버티면 인간 정신이 얼마나 훌륭하게 보일까. 사흘을 굶어도 담 안 뛰어넘는 놈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어찌 그에게 고개 숙이지 않으랴.



정종진 ㆍ 청주대교수 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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