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 이하형ㆍ대덕대 경찰행정학 교수

▲이하형ㆍ대덕대 경찰행정학 교수
대권 주자들의 윤곽이 들어나고 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차기 정부의 모습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권 주자들은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기 위해 현 정부와 차별화된 패러다임을 만들려고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다.

기존 정부의 패러다임이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데 한계를 지닐 경우, 새로운 진단과 처방을 위한 패러다임이 등장하여 기존 패러다임을 대체하게 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나타난다.

패러다임은 '한 시대를 지배하는 과학적 인식·이론·관습·고·관념·가치관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틀 또는 개념의 집합체'라는 쿤(Kuhn)의 정의에서 유래한다.

그렇다면 역대 우리나라 정부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화되어 왔으며, 차기 정부는 어떤 패러다임을 추구해야 보다 많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까?

여기에서는 각 정부의 공과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각 정부가 이전 정부와 상이한 어떤 패러다임을 추구하였는가를 살펴봄으로써 차기 정부가 추구해야 할 패러다임의 모습을 스케치해 보고자 한다.

독립 이후의 혼란기를 거쳐 박정희, 전두환 및 노태우 대통령까지의 공통점은 '군사정부'라는 패러다임이었다.

이를 대체한 것이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라는 패러다임이다. 문민정부로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국민들이 환호했던 것은 군사정부가 산출했던 여러가지 사회적 병리현상들을 문민정부에서 치유해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민정부는 내면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은 외형만의 변화로 군사정부와 유사한 정치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내면과 외면의 변화를 동시에 원했던 국민의 갈망에 의해 새로운 정치질서인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라는 패러다임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를 계승하여 진화한 것이기에, 패러다임의 변화라기보다는 패러다임의 수정으로 보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원하는 차기 정부의 패러다임은 참여정부에서 한층 더 진화한 패러다임의 수정일 것인가, 아니면 현 정부와 완전히 차별화된 패러다임의 변화일 것인가?

차기 정부의 주된 정책과제가 경제 살리기에 있어야 한다는 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검증되고 있으며, 이것은 차기 정부가 '경제정부' 패러다임을 지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제정부를 위한 방법론과 각론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서민들의 관심은 피부에 직접 와 닿는 배부르고 편하게 해주는 정부와 정책에 있다.

그러므로 국민이 원하는 차기 정부의 패러다임은 내부는 썩어 뭉그러져도 겉모습만 번드레한 외형적이고 행위적이며 전시적인 경제정부가 아니라, 외형적 피부색이 좋음은 물론 동맥경화에 걸리지 않고 활기찬 경제활동이 내면화되고 제도화되어 당장 내 생활을 나아질 수 있게 해주는 행태적이고 태도적인 변화가 수반된 경제정부일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실험실의 청개구리가 아니며 정부 운영 역시 특정 개인의 실험대상이 아니다.

이제 다시 실험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행착오와 비용을 지불했기에 차기 정부의 패러다임은 국민들의 얼굴에서 주름이 펴지며 미소가 떠나지 않는 업그레이드된 살기 좋은 나라, 살고 싶은 나라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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