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한옥 교회 신점균 목사

(영천=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화해와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기독교 정신입니다."

경북 영천시 화북면 자천3리에 자리잡은 자천교회(담임목사 신점균.52)는 신도수가 고작 30명에 불과하다. 25평 규모의 한옥으로 지어진 이 교회는 작고 낡았지만설립된 지 100년을 훌쩍 넘은 유서깊은 곳이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공동대표의장 지관스님.종지협) 소속 7대 종교 대표자들이 3일 대구, 경북 지역 각 종교 성지에 대한 합동 순례의 일환으로 자천교회를 방문하자 신점균 목사는 "종교계 어른들이 이런 외진 곳을 찾아주어 너무 영광스럽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교회는 경주에서 서당 훈장을 하던 권헌중(權憲中)이 1897년 외국인 선교사 안의와(J.E.Adams)를 만난 것을 계기로 1903년 창립한 우리나라 초기 교회 가운데 한 곳이다. 교회 입구에는 한자로 `禮拜堂`(예배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으며, 내부는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당시 유교 전통을 반영해 가운데를 가로막아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신 목사는 "면소재지여서 300여 호에 이르는 제법 큰 동네지만 중학교만 졸업하면 큰 도시로 나가기 때문에 젊은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교인의 대부분이 노인이어서 교리보다는 생활에 필요한 설교를 하며 교회를 꾸려나간다"고 소개했다.

이 교회는 6.25 전쟁 때 교인들이 지붕에 횟가루로 `CHURCH`(교회)라는 글자를 써놓아 폭격을 면해 설립 당시의 모습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으며, 2003년 12월 경상북도 지방문화재자료 제452호로 지정됐다.

당시 교인들의 기지로 교회 뿐만 아니라 담을 잇대고 있는 이 지역의 천석꾼 지주의 큰 기와집도 화를 면했다. 이를 평생 고맙게 여긴 집주인이 지난해 작고하면서이 집을 교회에 기증해 앞으로 수련회 장소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신 목사는 밝혔다.

신 목사는 "교회는 작지만 기독교 선교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에서 하느님을 섬기고 있다는 것에 커다란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에 여러 종교지도자들의 방문을 계기로 지역사회에서 이웃종교와 친밀하게 지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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