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우리에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 동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소치와 함께 한동안 뉴스를 장식하느라 더 유명해진 도시이기도 하다. 몇 년 전 동유럽 여행길에 그곳을 들른 일이 있는데 인간이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발길이 닿는 곳 어디나 엽서에서 본 듯한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었고 그들이 사랑하는 모차르트의 웃음소리가 도시 전체를 감싸는 듯한 예술적 아우라가 넘치는 곳이었다. 그래서 지리적으로 따지면 오스트리아의 외곽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음악을 공부하는 유학생들이 수도인 빈만큼이나 선호하는 곳이었다.

그곳에 내가 `지상 최적의 공간`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것은 비단 공간적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이 누리는 경제적 수준도 놀라웠지만 인생을 향유하는 잘츠부르크 사람들의 여유와 웃음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대로 관광객인 내 가슴에 전해져 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부럽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올림픽을 마다하다니

그런데 동계올림픽 유치과정을 다루었던 한 방송사의 프로를 보고 나는 한동안 여행길에 내가 잘츠부르크에 대해 지녔던 부러움의 감정이 극에 달하는 느낌으로 한동안 침잠해 있었다. 잘츠부르크에 대한 방송의 요지는 이렇다. 그곳 시민들은 자신의 동네에서 올림픽이 열리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유는 잘츠부르크가 이미 인프라가 잘 구축된 도시이기 때문에 올림픽으로 얻어지는 더 이상의 인프라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동계올림픽같은 스포츠 마케팅이 모차르트를 심벌로 하는 자신들의 도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였다. 어찌 보면 거만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누구는 대통령과 재벌 총수까지 동원되어 국가의 사활을 건 전략을 펼치고 있는 판에, 혹 누구는 공식석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영어까지 구사하며 자신들의 대통령을 내세우는데 말이다. 물론 오스트리아의 관료들과 잘츠부르크 시민들 사이의 견해 차이는 있지만 그것은 분명 소치나 평창에 비하면`차이`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의 정신문화도 위대하다

여기서 내가 잘츠부르크의 오만함을 부러워하는 것은 자기비하의 못된 감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젠가 우리도 올림픽 따위는 눈에 차지 않는다는 정도의 오만을 부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심정은 솔직한 것이다. 평창의 실패를 누구의 책임으로 돌리고 절망하고 아파하는 일은 그만했으면 싶다.

나라를 발전시키는 일은 올림픽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현대사의 질곡을 그렇게도 대단하게 극복하고 스스로의 삶의 질을 이만큼 높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잘츠부르크가 모차르트를 내세워 그들의 정신문화를 자랑하는 데는 경제력의 뒷받침이 절대적이다. 우리도 그 같은 자족단계에 이르면 내세울 세계적 정신문화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지금은 부럽지만 그들이 우리를 부러워 할 날도 멀지 않음을 희망하고 싶다.

오영미 본지객원 논설위원 충주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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