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난달 말께 노무현 대통령이 하려고 하는 발언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는지 가려달라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서를 보냈다. 선관위는 `사전 질의에 대해 위법 여부를 답변한 전례가 없다`는 취지의 회신을 보냈다. 답변을 거부한 것이다. 선관위의 결정이 마뜩찮아서인지 청와대는 질의서 전문을 공개했다.

청와대가 질의서 전문을 공개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을 해칠 우려가 있는 발언을 금지한 선관위의 조치에 의도적으로 어깃장을 놓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을 공개함으로써, 사실상 하고자 한 말은 다한 것이다. 질의서 내용을 볼 때,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질의서 내용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비판 일색이다. 이 전 시장이 제기한 `청와대 공작설`을 `불법행위`라고 규정하고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국민을 속이려는 야비한 정치공작` `검증을 회피하려는 얄팍한 술책` 등 험한 말을 쏟아냈다. 또 `한나라당이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공격하는 것 역시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는 만큼 한나라당에도 경고를 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관위가 최근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결정한 노 대통령의 원광대 특강 발언 등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내용들이다. 다분히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이 당치않은 질문으로 집요하게 선관위를 희롱하고 대선개입 의지를 천명하는, 고도로 계산된 치졸한 술책을 쓰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선관위는 어제 피청구인 자격으로 `대통령은 공사 구분이 없는 헌법기관으로 헌소제기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헌법재판소에 전달했다. 또 "상대 정당이 대선 예비후보 등록까지 마친 상황에서 한 대통령의 발언은 대선 6개월 전이라 해도 선거결과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는 자숙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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