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불러핑(bluffing)은 없다`

블러핑과 치킨게임(chicken game, 겁쟁이 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배짱대결 형태로 진행됐던 한미 FTA와 달리 한-EU FTA 협상에서는 양측이 블러핑을 자제하고 있다.

통상 국가 간 협상 초기에는 자신이 목표하는 수준을 얻기 위해 과도한 요구를 제시, 상대를 압박하는 블러핑 전략을 많이 사용한다. 한미 FTA 당시 협상 초기 뿐 아니라 협상 끝 무렵까지 미국은 물론 우리 측도 협상 결렬 가능성을 언급하며 블러핑 전략을 구사했다.



◇블러핑보다는 신속협상 전략에 공감

블러핑 전략을 구사하지 않겠다고 먼저 밝힌 것은 EU였다.

EU는 1차 협상 직전 열린 통상장관회담에서 "블러핑 등 협상을 지연시킬 수 있는 방식을 지양하고 실질적인 협상을 하자"고 제의했다.

이런 제의대로 EU는 2차 협상 전에 교환한 상품양허(개방)안에 우리 측보다 높은 수준을 담았다.

우리 측도 2차 협상에서 블러핑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김한수 한-EU FTA 수석대표는 2차 협상 과정에서 협상에 나서는 분과 실무 관계자들에게 "한미 FTA와는 다른 태도로 협상을 해달라"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러핑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과도한 요구로 건설적인 협상 분위기를 흐리게 하거나 협상의 속도를 떨어뜨리지 말라는 당부다.

양측이 이처럼 블러핑을 자제하는 것은 각자의 한계와 협상 목표에 따른 전략으로 분석된다.

우선 EU는 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타결하기를 바라고 있어 무리한 요구로 상대방을 자극, 협상을 지연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블러핑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대응에 따라 신속하게 다른 카드를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만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는 빠른 의사결정을 하기 쉽지 않다.

회원국 숫자가 많을 뿐 아니라 선진국, 비(非) 선진국 등 입장이 서로 다른 회원국들의 의사를 하나로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우리 측도 한-EU FTA를 가능한 한 빨리 끝내기를 바라고 있다.

아울러 상대가 농수산물 등 우리의 취약 분야에서 민감성을 인정해주겠다고 하는 마당에 과도한 요구를 할 경우, 역공을 당해 소탐대실(小貪大失) 할 수 있다.

양측 모두 블러핑 등 배짱대결보다는 신속협상 전략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협상 과정.내용 공개도 더 많이

상대방과의 협상 전략 뿐 아니라 대내 홍보 전략에서도 한미 FTA와 다른 변화가있다.

한-EU FTA 협상단은 5일간 진행된 2차 협상에서 하루도 빼지 않고 협상 과정과 내용을 설명했다.

형식적인 설명이 아니라 상대 측에서 어떤 제의가 있었고 우리 측은 어떻게 대응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하기로 했다는 등 상세한 브리핑을 했다.

한미 FTA의 경우 협상 첫날과 중간, 마지막 날 등 한 차례의 협상에서 3번 정도브리핑을 했고 내용도 상세하지는 않았다.

협상단 입장에서 타결되지 않은 협상 내용을 공개하는 부담은 있지만 비공개에 따르는 불필요한 오해와 이로 인한 협상의 지연을 막기 위해 협상의 장애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많은 내용을 공개하자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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