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석방교섭이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고 한다. 벌써 12일째다. 정신적·육체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을 피랍자들의 안전이 걱정스럽다. 위험을 스스로 자초했다는 비판과는 별개로 이들의 무사귀한을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노무현 대통령 특사인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그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만나 탈레반 측이 요구한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맞교환'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한국인 인질의 석방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지만 의례적인 외교적 수사로 들려 개운치가 않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을 무장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무장 테러집단과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한다. 오히려 아프간 정부 일각에서는 '인질 구출작전' 등 무력 진압설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피랍자의 안전을 생각하면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가운데 탈레반은 협상시한을 계속 연장하고, 피랍자의 육성을 공개하는 등 전방위로 한국과 아프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또 어린이든 억류하고 죽일 수 있다"는 극언까지 하는 상황이다. 교섭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라면 반인륜적 행태도 서슴지 않겠다는 협박인 것이다. 비열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맞교환'이라는, 사태 해결의 열쇠는 아프간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다음달 5일 께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고 한다. 아프간과 미 정부는 고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탈레반과의 협상에 유연하게 대처하기를 바란다. 인명보다 소중한 게 또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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