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손현준 (충북대의대 교수·해부학)

심형래의 야심작 '디-워'가 개봉하던 날,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둘을 데리고 영화관엘 갔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더 좋아하는 나이 인지라 개봉일에 예매를 해놔야지 아빠와 한자리에 2시간을 함께 있을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연결 돼 나오는 심감독의 에필로그에서도 관객들은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인정받지 못하면서 외롭고 힘들게 일궈왔던 꿈과 앞으로의 큰 포부를 읽어 나갈 때 많은 관객들도 나처럼 마음의 박수를 보내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잘 알겠지만 디-워는 어떤 이무기가 용이 된다는 줄거리의 영화이다. 이무기의 모델은 뱀인 것 같다. 뱀 중에 제일 크다는 남미의 아나콘다 보다 훨씬 더 엄청나게 크다. 뱀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크기나 위력으로 봐선 강력한 척추와 척추세움 근육들이 잘 발달된 척추동물 임에는 틀림없다.

전설에 따르면 그 이무기들은 이무기가 되기 전에는 개천에 살던 실지렁이였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지렁이를 토룡(土龍) 또는 지룡(地龍)이라고 부른다.

여러 이무기 중에서 여의주를 얻은 이무기만이 용이 돼 승천한다. 여의주를 얻을 500년 주기를 놓쳐서 다음 주기를 맞은 이무기는 1000년, 어쩌면 그 이상을 기다려온 셈이다.

이 대목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역대 정당들이 생각나지만, 잠시 영화에 집중하자. 여의주를 얻고 싶어서 안달이 난 브라퀴라는 이름의 악한 이무기는 도심의 빌딩들을 부수면서 여의주를 가진 여주인공을 찾아 헤맨다. 이정도면 정치적 상징이 꽤 드러나있지 않는가?

요즘 매일같이 뉴스의 상당한 공간을 점유하는 이무기 후보들이 있다. 이들 중 싸움에서 이긴 하나가 12월에 과연 여의주를 얻을 수 있을까. 요즘 이 둘의 싸움을 보자면 영화 D-War에서 여의주를 놓고 싸우는 두 마리 이무기의 피와 살점이 마구 튀는 마지막 사투 씬이 연상된다 .

검증 내용은 얼렁뚱땅 세력 싸움으로 넘기고 지나가는 것이 국민의 수준을 깔보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용은 없고 싸움만 있는 그들만의 리그와 달리 12월에 있을 본선에서는 뭔가 달라질 것을 기대한다. 영화에서처럼 여의주를 주는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국민이다. 여의주를 던져줄 국민은 합리적인 의문들이 제대로 설명되고 풀어지기를 기대한다.

겸손하게 잡아도 세계 12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정치꾼들의 의식수준은 세계 50위권 밖에 있지만 최근 십수 년동안 우리 국민들이 그나마 현명한 선택을 해서 나라 모양새를 이렇게 바로 잡아왔다고 생각한다.

대북관계를 잘 풀어낼 수 있는 역사인식이 있는지, 세계화에 뒤쳐지지 않게 경제성장 동력을 받쳐주면서 투명하게 특권과 특혜를 배격하고, 지역간 계층간의 균형 성장과 사회복지 및 안전망을 추구할 사람을 가려야 한다.

대통령으로 나서겠다는 사람 모두가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 지금 경제가 죽은 것도 아닌데... 아무튼 살리겠다는 말은 무언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이고, 정상적인 시장경제의 원리와 공정한 경쟁기반을 왜곡시키고 특혜와 이권을 보장하면서 대기업을 부려온 과거처럼 다시 해보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게 들린다. 국민을 현혹할 크고 작은 공약을 남발하면서 여의주만 뺏으면 된다는 생각에 온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이무기의 모습과 중첩된다.

앞으로도 그리한다면 오래지 않아 드러날 크나 큰 폐해들을 알고 국민은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에 따라 여의주의 주인은 가려지게 된다. 누구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선거에서도 그랬듯이 도덕성이라는 큰 상징은 힘이 엄청나게 세다.

손현준 (충북대의대 교수&amp;amp;amp;amp;middot;해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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