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자 강력 반발..친이 12.친박 10.중립 3

4.9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영남권 공천에서 매머드급 `물갈이 태풍'이 휘몰아쳤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낸 5선의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과 박근혜 전 대표측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 등 25명이 무더기 탈락되는 영남발 `공천 쇼크'가 현실화됐다.

영남지역의 현역 의원 교체비율은 한나라당 창당 이래 가장 높은 43.5%를 기록했으며, 3선 이상 중진급 의원은 48%인 12명이 낙천돼 물갈이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천 탈락자들은 모두 엄청난 충격 속에서 공천심사위에 재심 청구는 물론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당이 극심한 `공천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영남권 의석 68석 중에서 기존 공천 내정자 10명을 포함해 영남지역에서 모두 61명의 후보를 공천 내정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구 달서병과 경북 김천, 부산 남을, 경남 통영.고성, 양산, 남해.하동 등 6곳은 `전략지역'으로 추가 공모 후 심사를 벌일 예정이며, 경남 밀양.창녕 지역은 `보류지역'으로 추후 심사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안 위원장은 전했다.

탈락한 의원은 ▲대구 박종근 안택수 이해봉 김석준 의원 ▲경북 권오을 이상배 임인배 이인기 김재원 김태환 의원 ▲부산 김무성 권철현 정형근 엄호성 유기준 이성권 이재웅 의원 ▲울산 강길부 의원 ▲경남 박희태 이강두 김기춘 김명주 김양수 김영덕 최구식 의원 등이다.

이로써 이날까지 공천이 확정되거나 내정된 후보는 전체 245명 가운데 91%에 이르는 224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탈락된 의원 중에서 친이(親李.친 이명박)계 의원은 12명, 친박(親朴.친 박근혜)계 의원이 10명, 중립 3명으로 친이계가 친박계보다 많았다.

특히 영남권 현역 의원 62명 중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용갑.김광원 의원을 포함해 모두 27명이 교체됨에 따라 영남권 물갈이 비율은 43.5%에 달했다.

이 가운데 3선 이상 중진급 의원이 14명으로 가장 많아 예상대로 다선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초선도 11명이나 됐으며 재선은 2명이었다.

공천 내정자 중에서 `친이' 측근인 이병석(경북 포항북) 박형준(부산 수영) 박승환(부산 금정) 의원이, `친박'계도 유승민(대구 동을) 허태열(부산 북.강서을) 서병수(부산 해운대.기장갑) 의원 등이 각각 공천을 받았다.

정몽준(울산 동구) 최고위원도 무난히 공천을 통과했다. 언론인 출신으로는 홍지만 전 sbs 앵커(대구 달서갑)와 신성범 전 kbs 모스크바 특파원(경남 산청.함양.거창) 등이 박종근, 이강두 의원 등 원로급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허용범 전 조선일보 워싱턴특파원(경북 안동)도 3선의 권오을 의원을 물리치고 공천티켓을 거머쥐었다.

공천에서 탈락한 박희태 전 부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0년간 의원 생활하면서 나 만큼 깨끗하게 산 사람도 없다"면서 "당 기여도나 이번 대선에서 역할도 있는데 있을 수없는 일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나를 떨어뜨리고 누가 올라가려는 음모가 없으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기절초풍할 일"이라며 공심위에 재심을 청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무성 최고위원은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결국 예상대로 `박근혜 죽이기'가 집행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공천의 기준도 없고 이현령 비현령식으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정적을 죽인 결과"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탈락한 동지를 위해 내일 최고위 참석해서 그 내용을 당당하게 따질 생각"이라며 "이번 공천은 철저하게 밀실공천"이라고 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일단 어떤 경위로 이렇게 됐는지를 들어봐야겠다. 차분하게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친박 성향의 유기준 의원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유권자의 직접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한편 공심위는 14일 서울 강남.서초.송파 `강남벨트'와 노원병 등 8곳과 강원.인천 등 나머지 지역에 대해 심사를 벌일 예정이다.

특히 공심위는 수도권 지역에서 전문가 중심으로 전략공천을 할 것으로 알려져 이 지역에서도 대폭적인 물갈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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