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익칼럼>전태익 • 본지 객원논설위원 시인 주성대 강사

우리나라는 종교 천국이다. 종교가 많은 반면 이웃 종교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었다. 교회에서는 불교를 비웃고 절에서는 교회를 비웃어 온 게 사실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여러 종단과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종교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남의 나라 말을 모르면 우리나라 말을 모르듯이 이웃 종교를 모르면 자기 종교를 알 수 없는 법. 계층과 종단의 장벽을 뛰어넘어 원활한 '소통의 길'을 모색하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라는 단체가 지난 달 2일부터 6일까지 청주향교, 원불교청주교구청, 관음사, 용화사 등에서 이웃 종교 이해강좌를 개최하였다.

강좌내용은 '한국의 종교문화와 유교'는 청주대학교 최병철 교수, '한국종교에서 신민족종교의 위상에 관하여'는 이화여자대학교 최준식 교수, '한국의 종교문화와 불교'는 서울대학교 윤원철 교수, '불교와 그리스도교 서로를 이렇게 보자'는 종교문화연구원 이찬수 원장이 각각 수고하였다.

KCRP가 주최한 이번 청주 강좌는 시종일관 열띤 강의와 토론으로 이어졌다. 필자는 나흘 동안 빠짐없이 찾아다녔는데 어떤 종교든지 간에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라는 점이다.

KCRP는 1986년 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등 6개 종단이 모여 창립되어 그동안 소임을 다해왔다. 종단교역자대화캠프를 비롯한 이웃종교 간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학술세미나, 공동사업 유적지 방문, 세계종교인평화회의 참석, 남북종교 교류, 생명 캠패인, 이라크 지원사업 등 교단을 초월하여 사회적인 갈등 해소와 평화 구현에 앞장서왔다.

넷째 날인 7월 6일,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이라는 주제를 발표한 종교문화연구원장 이 찬수 박사의 강좌는 특이하였다. 이 원장은 지난해 그가 재직하던 강남대에서 교수재임용 시 탈락되었다. 이유는 '우리 대학은 기독교를 창학 이념으로 하고 있는데 이 교수의 강의 내용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문제의 단초는 우상 숭배였다. 2003년 교육방송 '똘레랑스[관용]'라는 프로그램에 출연, 불상에 절하는 장면이 5초 동안 방영된 것이 화근이었다.

이 원장은 이날 강의에서 &amp;amp;amp;amp;quot;그리스도교와 불교는 그 구원에 대한 표현 방법이 모순과 우열 차원에서 밝혀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고 서로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amp;amp;amp;amp;quot;고 강조하였다.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나 불교인들이 아미타불, 지장보살 등 다양한 구원자들이 지니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나 서로 대립되기는커녕 상통성을 지닌다고 하였다.

충북종교인 평화회의는 KCRP의 지역조직이다. 1998년 창립되어 오늘에 이른다. 2001년 1만여 명이 참석한 '온겨레 손잡기 3'1절 행사'는 사람 '인(人)'자 모양을 연출하여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이웃종교 성지 순례를 하다 보면 청소년 신자들이 낯선 분위기에 의아해 하다가도 금세 서로 어울리는 것을 볼 때 KCRP의 나아갈 바 목표는 확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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