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샘>임해순 논설실장



신선한 충격이었다. 패자였으나 승자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설정였다. 지난 19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결과 박근혜 후보의 패자 연설은 짜쯩스러웠던 경선 과정의 긴 터널 속을 한 숨에 빠져 나오기에 족했다. 지리한 폭염을 한방에 날리고 상쾌한 기상을 맞는 듯 기뻤다. 당이 깨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정치인, 국민 우려를 담대한 자세로 걷어치웠다. 인간적 아픔과 상처는 시간을 두고 치유하겠다는 의연한 결의도 보였다. &amp;amp;amp;amp;ldquo;경선과정에 있었던 모든 일을 잊어버리자. 하루 아침에 잊을 수가 없다면 몇날, 며칠이 걸려서라도 잊자.당의 화합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여러분의 열정을 정권교체에 쏟아주길 바란다&amp;amp;amp;amp;rdquo;어려웠던 한나라당을 지혜롭게 추스려 지켜왔던 박후보의 당대표 시절을 더욱 빛내며 다시 떠올리게 해 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승자보다도 주목된다

패자이면서도 승자 못지 않게 아름다울 수 있음은 왜 일까? 너무나 인간적이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겸허함과 겸손 때문이다. 잠시나마 이웃과 우리를 되돌아 보자. 우리는 너무도 강자에 익숙해 있다. 강자를 지향하는 사회 풍조에 너무 깊이 편승하거나 푹 빠져 있다. 약자를 돌보고 작은 것이 오히려 아름답다는 생각에는 너무나 낯설다. 그러므로 누구나 강자를 원한다. 승자가 되려한다. 당연히 패자보다는 승자를 더 선택한다. 그래서 나와 이웃은 패자를 무시했다. 짓밟기도 한다. 업신 여겨 가까이 하려고도 않는다.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사회풍조가 대부분이 그렇게 쏠려있다는 이야기다.그러니깐 패자도 패자가 아니라고 우겨대려 한다. 승자를 흠집내고 물어 뜯고 야단법석이다. 그래야만 패자지만 살아남거나 인정받는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깨끗한 승복보다는 지저분한 패자의 변을 늘어 놓거나 패거리를 만들어 거듭 거듭 맞서려한다. 세상 만사가 다 그렇게 돼가는 사회라는 것이다. 병들고 썩어가고 있는 지경이다.

그러나 양식있는 이들은 생각하고 걱정한다. 약자도 패자도 보호 받고 인정 받아야 한다는 것,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 부족함을 부족한 대로 받아들이는 것. 잘못을 잘못으로 아는 것.평범하고 쉬은 것 같지만 잘 안된 채 지나 온 것들이다. 바람직하지 않던 상황의 연속이 지속돼온 풍토였다. 걱정했던 터였다.

사회가 ,교육이, 경제가, 문화가, 특히 정치는 더더욱 진실과 멀게 느겼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저런 상황에서 많이 걱정했던 일이다. 박근혜 후보의 깨끗한 승복은 그래서 찬사를 받는다. 국민의 격려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빈손으로 나온 대통령

신선한 이야기 하나 더 붙이려 한다. 지난달,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떠난 인도의 APJ 압둘칼람 대통령. &amp;amp;amp;amp;ldquo;5년전 옷 가방 2개를 들고 대통령 궁에 들어 왔고 이제 그것을 들고 떠납니다. 내게 남은 소망은 2020년까지 인도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amp;amp;amp;amp;rdquo; 부강한 인도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온 칼람 대통령은 재임 기간동안 스스로 청렴하고 겸손하게 살기 위해 자신을 채찍했다.&amp;amp;amp;amp;ldquo;목적이 있는 선물은 받지 마십시오. (부정의 고리를 끊는 일) 그리고 훌륭한 도덕적 가치를 가진 가정을 꾸려 나가십시오(가정이 바로 서야 사회가, 국가가 바로 선다는 진리)&amp;amp;amp;amp;rdquo;옷 가방 2개를 들고 대통령 궁을 떠난 그는 진정 아름답고 빈손으로 대통령 퇴임을 맞았다. 인도 위성발사와 핵실험을 주도한 과학자였고,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겸손하게 청렴한 공직생활을 끝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도 이제 부끄럽지 않는 국가 지도자가 나오기를 바란다. 국민의 존경을 받는 진정한 대통령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위해 혼신의노력을 쏟을 지도자. 국민은 간절히 열망하고 있다.

/ 임해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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