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불타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산불이 국토의 절반 이상을 삼키고 있는 중이다. 산불의 위력을 새삼 실감나게 한다. 이미 63명의 주민이 사망하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피해액은 계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800년 역사의 고대 올림피아 유적지까지 화마가 미치지 않을까 그리스 당국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불길은 유적지가 있는 그리스 남부지방에 닿았으며 박물관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지역의 나무와 숲까지 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은 방화범에 의해 더욱 번지고 있다. 27일 하루 89건의 새로운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7명의 방화범이 기소되고 용의자 32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산불이 나면 나서서 진화해야 할 사람들이 곳곳에서 방화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산불로 관광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리스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할 정도다. 세계의 관광객들이 문화 유적이 산재한 그리스를 찾는다. 그러나 국토의 절반 이상이 화마에 휩쓸렸으니 관광객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관광업체 증시도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긴급 재난 구호에 2억유로(한화 2500여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페트로스 두카스 재정부 차관은 "파괴된 환경을 복구하는데는 더 엄청난 비용이 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산불이 남의 일이 아니다. 2005년 충북 영동군 양산면 야산에서 산불이 나 천년 고찰 영국사를 태웠다. 3년전에는 강원도 양양에서 산불이 발생 엄청난 임야와 낙산사를 태운적이 있다. 해마다 산불이 발생하고 있으나 우리의 대책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그저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봄철 비가 와서 불이 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수준이다. 그리스 산불에서 지켜보듯이 헬리콥터에 의존한 진화는 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산불은 진화 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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