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마당>도한호 침례신학대학교 총장

얼마 전에 어떤 방송국을 방문했더니 나와 안면이 있는 PD가 우리 대학 교수라면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내 앞에 데려왔다. 우리 대학은 작은 대학이어서 교수의 신상은 다 알고 있는 터이라 나는 좀 당황스러웠으나 그럭저럭 그 자리를 넘겼다. 그 여성은 우리 대학 (시간)강사이지 교수는 아니었다. 나는 그 후 그 방송국에 우리 대학 전임교수의 명단을 보낸 일이 있었다. 교수에도 초빙교수, 겸임교수, 객원교수 등 종류가 여러 가지이므로 자기를 알릴 때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면 뜻밖의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 탤런트나 기능인들이 대학으로부터 일정 기간 강의를 부탁받으면 자신을 교수라고 소개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우리는 강단에 선 다고해서 다 교수가 아니며 가르친다고 해서 다 선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근래 각종 매스컴에서는 몇 교수와 연예인들의 학력위조 문제를 크게 보도하고 있다. 다니지 않은 대학을 다녔다고 하고 받지 않은 학위를 받았다고 하는 이런 유의 거짓은 얼마 가지 않아서 알려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근래에 문제가 된 몇 교수들은 전문직에 종사하던 이들로서 비교적 늦은 연령이나 또는 예기치 않게 교수로 초빙 받은 이들의 경우이지 시간 강사와 전임강사를 거쳐 차근차근 절차를 거쳐 온 교수나 교육계 종사자들이 아니었다. 그런 이들은 그런 과장이나 거짓이 오래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경우, 의도적으로 학력을 꾸며낸 이들도 있지만, 어쩌다 한 번 던진 말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이들은 사과하고 거두어들이면 될 일일 런지 모르겠지만 교직에 있는 이들은 학력과 학위가 채용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정직성과 아울러 교직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며 더 이상 교직에 머무를 수 없게 된다.

그런데 학력이나 학위에 허영심을 불어넣는 데는 일부 국립대학을 포함해서 잘 알려진 거대 대학들의 책임이 크다 하겠다. 필자도 대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학들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2년까지의 최고 경영자 과정 등의 특수대학원과정을 개설하고 졸업 후에는 그 대학의 동문으로 인정한다는 등의 홍보물을 만들어 배부하는 것을 볼 때는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대학이 스스로 학문적 허영심을 부추기는 일만은 삼가야 할 것이다.

교육계에는 학위뿐 아니라, 연구논문의 창의성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이로 인해 대학의 총장과 교수들과 교육부의 총수가 자리를 물러난 일까지 있었다. 한 줄을 베끼든 열 줄을 도용하든 남의 글을 표시 없이 인용하거나 자신의 글이라 할지라도 이미 발표했던 글을 제출해서 연구비를 신청하거나 업적평가를 받으려한다면 이는 교수의 자질을 의심받게 하는 해위이다.

필자는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비인가 대학의 비정규 학위를 취득한 이들이 목회자들 가운데 가장 많다는 보도를 들을 때마다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목회자로서 학문을 연구해서 학위까지 받으면 금상첨화이겠으나 돈을 들여 명예박사 학위를 받거나 연구하지 않은 학위를 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 모두가 반성하고, 이를 더욱 투명한 사회, 정직한 연구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를 삼아야 할 것이다.



/도한호 침례신학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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