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새 정부가 출범하자 공무원 조직은 동네북처럼 두들겨 맞는 신세가 되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비대한 공무원 조직을 줄이겠다고 공언한 후부터 공식적인 회의석상에서 대통령이 '공무원은 머슴'이라고 규정을 하는가 하면, 어떤 장관은 도와주는 것도 없이 오라 가라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집단이라고 몰아 붙이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공무원들이 더욱 안쓰러운 것은 어느 누구하나 공무원 편을 들어주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바뀌자 공무원들이 이처럼 비난을 받는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원래 머슴임에도 불구하고 주인처럼 행세하고 국부 축적의 주역인 상공업자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공무원들을 무조건 비난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무원 에 대한 국민인식이 이 정도 수준에 다다랐다면, 그 조직의 필요성과 국가 발전에 대한 기여 등에 대하여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가 위대한 이유는 위기시마다 사회운영체계의 조정을 통하여 스스로 거듭나고 발전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정치체제나 자본축적 방식을 조정함으로써 새로운 시스템으로 다시 태어난다.

중앙집권체제의 역기능 때문에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것과 같이 기존의 운영체제를 바꾸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사회적 자본축적에 있어서 그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온 공무원조직이 비난을 받는 것은 그만큼 효용성이 감소했거나 시스템 구성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세금을 축내면서도 국민이 만족하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또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인 기업을 도와주지 못한다면, 그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조직관리의 원칙이다.

현재 독점체제로 경직되게 운영되고 있는 방식을 혁파하여 기업처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민간분야보다 뒤떨어지는 서비스나 직접적인 대민 서비스가 아닌 분야는 분리하여 민간에게 위탁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급여 업무와 같은 것은 굳이 공무원들이 하지 않아도 된다. 아웃소싱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와 같은 업무는 찾아내면 부지기수이다.공무원들이 비난을 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좌파적 정부 하에서 국민에 대한 서비스정신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세금폭탄, 끊이지 않는 공무원의 부정과 비리, 호화 청사 신축 등으로 골병만 잔뜩 들었고 지역 상공업자들은 부도 일보 직전이다. 공무원은 국민의 신뢰를 먹고사는 집단이다. 그런데 신뢰를 잃었다.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국민과 기업에 대한 서비스업종으로 그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자신과 집단을 위하여 일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도록 시스템을 바꾸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을 때 외국 언론들은 그 책임이 무능한 관료들에게 있다고 적시했다. 똑똑한 인재들이 공무원이 되어 무능하고 부도덕한 관료가 되는 것은 바로 현장의 어려움을 알 수 없도록 만들어진 낙후된 제도 때문이다. 단순히 암기시험에 통과하고 평가다운 평가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는 전봇대 하나가 수 백 명이 먹고사는 기업에게 고통을 주든 말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오늘날 어떤 분야에서든지 암기형 책상머리 기획은 허구에 불과하다.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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