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광희·한국수자원공사 충주권관리단장

다산 정약용이 유교 경전의 하나인 예기(禮記)를 인용해 그의 서제(庶弟)인 약황에게 쓴 편지의 내용 중에는 '가장 좋은 것은 덕을 쌓는 일에 힘쓰는 일이고, 그 다음에는 베풀고 보답하는 일에 힘쓰는 일이다(太上務德 其次務施報)'라는 말이 나온다.

'덕(德)'이란 언행과 마음이 바르고 사람의 도리에 합당한 것을 말하며, 남에게 적선(積善)하는 것도 덕이요, 남에게 이득이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는 것도 큰 덕이라 할 수 있다.

너그럽고 어진 마음을 갖추는 것 또한 덕이랄 수 있으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의미도 변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근래에는 국가나 개인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어느 기관이나 단체를 막론하고 너나없이 남에게 덕을 베푸는 소위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독거노인이나 소년&amp;amp;amp;amp;middot;소녀가장, 특히 농촌마을을 찾아가보면 여러 곳에서 자매결연을 맺고 돕겠다며 몇 가지의 선물을 들고 찾아와서는 일종의 체험행사나 하면서 사진 몇 장만을 찍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한 번 그렇게 하고 나면 몇 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1회성 행사가 대부분으로,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단체에서 봉사활동 실적 제출이 필요하거나 자녀들과 함께 단순한 봉사활동 체험의 기회를 가져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순수하지 못한 봉사활동의 대상이 됐던 사람들의 씁쓰레한 표정을 바라볼 때는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며 이들을 어찌 우리의 이웃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자신보다 못한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조그만 이익을 좇아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할 때 자신의 주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의 질적 성장이 양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물론 물질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따듯한 사랑의 손길을 더욱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물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할 경우에는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 그들이 느끼는 가치에 대한 자중손실(自重損失)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자신의 더 많은 세속적인 기회를 얻기 위한 체험활동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행복을 나누어야 할 동반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하겠다.

꽃말 중에 네 잎의 클로버는 행운을 가져다주고, 세 잎의 클로버는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사람들은 네 잎의 클로버를 찾기 위해 세 잎의 클로버를 마구 짓밟고 다닌다. 자신의 행운을 찾기 위해 남의 행복을 짓밟아서야 되겠는가.

봉사활동이란 자신의 이익을 내다보고 하거나 이익이 다하면 중단하는 활동이 아니라, 손해를 보거나 때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봉사활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세상에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마음과 손 사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마음과 손은 서로 가까운 이웃이어야만 한다. 마음속에서 진정한 사랑이 우러나오지 않는 가운데 억지로 손만을 부리게 됨은 마음이 세속(世俗)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함께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 거리가 되어야 할 것은 바로 '마음과 세속' 간이어야 한다. 이와 같이 이웃의 곁으로 다가가는 일은 손보다는 마음으로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마음이 따라가지 않는 사회봉사활동은 남에게는 물론 자신에게도 상처를 줄 수가 있다.

물고기가 좋은 강물을 만나 마음껏 헤엄을 치듯이 마음과 손의 관계는 물과 물고기의 관계와 같아야 한다. 마음과 세속이 뒤엉켜 손은 갈 바를 모르는 가운데 사회공헌활동의 참뜻이 사라지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조선시대에는 평민의 평균 수명이 24세였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이 78.5세라고 하니 조선시대보다 3배 이상이 늘어난 셈이다.

이와 같이 조선시대에는 평균수명이 현재의 1/3정도로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백성들 가운데는 스스로의 수양을 통해 염치를 알고 남을 위해 사는 청렴결백한 선비가 많이 배출됐다.

우리가 살아가는 평생을 조선시대와 비교해 볼 때, 이제는 이웃을 위해 살아가는데 있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인생을 이모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일들과 기회가 그만큼 많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성공적인 이모작을 위해선 '자신을 버리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이제 곧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 불우한 우리의 이웃들이 보름달만큼이나 환한 표정으로 풍성한 추석 명절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덕을 쌓아 남에게 베풀고 보답하는 일이 어찌 그리 쉬운 일일까마는, 먼저 고운 심성을 기른 후 남을 먼저 배려하고, 함께 이웃된 최소한의 도리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윤광희&amp;amp;amp;amp;middot;한국수자원공사 충주권관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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