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라윤도(건양대 공연미디어학과 교수)

태안군 앞바다에서 해저 유물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해양 충남'의 새로운 역사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충남은 전남이나 경남 등 양면에 바다를 연하고 있는 지역들과는 상대적으로 해양 세력으로서의 의미가 간과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대대적인 해양 유물은 역사적으로 충남이 우리나라 해양문화의 중심에 서 있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해양 유물의 발견은 단순히 태안군 근흥면 대섬 발견지 인근 바다에 이들 유물을 전시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전시관 하나를 마련한다는 차원을 떠나 역사적으로 해양 중심세력으로서의 충남의 위상을 어떻게 연구 규명하고 그를 현대에 계승해나가야 할 것인가라는 한 차원 높은 접근이 필요하다. 즉, 해양세력으로서의 충남의 위상을 통하여 정체된 충남발전의 한 돌파구를 마련해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양유물 박물관은 전남 목포시에 있는 국립해양유물전시관으로 1975년 신안 앞바다에서 인양된 해저 유물을 주축으로 개관되어 목포를 단숨에 전세계적인 해양문화의 중심지로 부상시켰다. 1980년 정부 문화재연구소의 신안 해저 인양 유물의 과학적 보존과 복원전담기구인 '목포보존처리장'으로 설립되었다가 1994년 5월 대통령령 직제개편에 의해 '국립해양유물전시관'으로 승격되어 그 해 말 정식 개관되었다.

목표시 남항 바닷가 갓바위 지역에 자리잡은 이 전시관은 총 부지 3만 2,357㎡(약 1만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물로 총 2천여점의 유물을 제1~제4전시실과 야외전시실 및 특별전시실에 보존하고 있다. 이들 유물들을 바닷 속에 가라앉은 옛 배와 문화재, 바닷가 사람들의 삶과 문화, 우리 배(韓船)의 역사 등의 주제로 나누어 전시해 놓았으며, 야외 해변에는 수상전시관도 있다.

특히 갓바위 일대에 있는 목포문화예술관, 목포문예역사관, 목포자연사박물관, 남농기념관, 중요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등 대표적인 문화시설 등과 함께 대단위 문화콤플렉스를 이루고 있어 예향(藝鄕) 목포의 품격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이 전시관에는 또한 신안 해저유물 이외에도 군산 비안도, 십이동파도, 야미도 해저유물, 보령 원산도 해저유물, 안산 대부도 해저유물 등 서해안 일원의 해저유물을 총 망라하고 있다.

이번 태안군에서 발견된 고선박은 신안의 해저유물이 14세기초 중국 경원(慶元)에서 무역품을 싣고 일본 큐슈의 하카다(博多)로 가던 중 침몰한 '중국의 배'에서 나온 것임에 반해, 이번 것은 한반도의 남부에서 연안을 따라 북부로 이동하던 '한국의 배'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고려말 국내 상품의 유통경로 파악과 함께 당시 생활용품을 통해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더욱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중종 때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인접한 태안군 근흥면 마도 근해는 태안에서도 물길이 거세기로 소문난 곳으로 이 일대인 안흥량(安興梁)에서 태조부터 세조에 이르기까지 60년 동안만 선박 200척(인명피해 1천200명, 미곡 손실 1만5천800석)이 각종 물자를 나르다 난파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어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양작업이 이루어질 경우 이 일대는 세계적인 해양 유물의 보고가 될 수도 있다.

이같은 중요성에 대해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깊은 이해를 갖고 해양유물전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충남도 차원에서 적극 연구에 나서 한국 해양문화의 중심지로 충남을 부상시켜야 한다. 21세기 충남의 비젼을 해양에서 찾는 소중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라윤도(건양대 공연미디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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