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 오스트리아 연설서 "인권,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적용"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7일 낙태와 안락사에 대한 합법화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유럽의 기독교 전통 회복과 더불어 부국들만을 위한 세계화의 규제 등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로마의 교황청을 떠나 오스트리아에 도착한 베네딕토 16세는 저녁 수도 빈의 옛 합스부르크 제국의 왕궁에서 오스트리아 정부 관리들과 주오스트리아 외교사절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연설을 통해 그 같이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연설에서 "모든 다른 권리의 전제인 인간의 기본권은 생명 자체의 권리로서 수태를 하는 순간부터 자연스러운 마침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생명에 적용된다"면서 "결과적으로 낙태는 인권이 될 수 없으며 바로 그 정반대"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기 목소리가 없는, 태어나지 않은 아기들을 위해 말한다"면서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고 그 대신 "삶의 즐거움과 삶에 대한 확신을 갖는 풍토, 즉 아이들이짐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선물로 여겨지는 그런 풍토를 창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락사에 대해서도 그는 "작위적인 도움을 통한 죽음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보살핌이 중요하다"면서 합법화에 반대했다.

교황은 또 "유럽은 자신의 기독교적 뿌리를 부인할 수 없고 부인해서도 안된다"면서 "기독교는 유럽 대륙을 형성시켰고 앞으로 제3의 천년으로 우리가 전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역동적인 요소를 대표한다"고 강조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유럽연합(EU)이 "과거에 지속적인 충돌과 파멸적인 골육상잔의전쟁들에 빠져 있던" 유럽 대륙에 평화를 가져왔다고 높이 평가한 뒤 "그러나 통합의 목표 대부분은 여전히 개개인의 마음 속에서 달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은 EU 회원국들이 아프리카의 에이즈 및 무기 밀거래와 싸우고, 중동에 평화를 가져다 주며, 남미와 아시아 등의 경제발전을 돕는 데 EU의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도 "세계화가 더욱 가난한 나라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미래 세대에 해악이 되는 일이 없도록 세계화가 규제되고 제한되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앞서 베네딕토 16세는 빈의 암 호프 광장에서 도착 집회를 가진 후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기념관에서 6만5천명의 유대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언의 기도를 드린 다음,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 등을 면담했다.

독일 출신의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취임 이후 7번째 방문국인 오스트리아 방문에 앞서 "오스트리아는 어린 시절부터 나와 가까운 곳"이라고 말해 독일어권이면서 가톨릭 국가인 오스트리아에 대한 애정과 기대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방문 기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등 유엔 기구 공무원들을 격려하고 오스트리아의 유대교 지도자들과 만나 종교간 대화를 나누는 한편, 8일에는 오스트리아 중동부 슈타이어마르크주(州)에 위치한 가톨릭 순례지인 마리아첼에서 성모 성지 창립 850주년 기념 미사를 집전할 계획이다.

이날 빈에는 폭우가 계속 쏟아졌으며, 거리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천500명가량의 군.경이 경비를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