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생명과학원 "인간 존엄성에 대한 극악무도한 행위"

영국 정부가 연구 목적에 한해 인간-동물 교잡 배아를 만드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교황청과 이탈리아내 가톨릭 교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교황청 생명과학원(Pontifical Academy of Life) 원장인 엘리오 스그레치아 몬시뇰(명예사제)은 6일 바티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의 그 같은 결정에 대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극악무도한 행위"라고 비난했다고 이탈리아 ANSA 통신이 전했다.

스그레치아 몬시뇰은 "우리는 영국 정부가 부도덕한 게 틀림 없는 일부 과학자들의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본다"고 말한 뒤 이에 맞서 "과학계가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5일 영국의 배아연구-불임치료 감독기관인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은 논란 끝에 동물 난자 세포에 인간 DNA를 주입한 인간과 동물 종(種)간 '세포질 교잡(cybrid)' 배아를 허용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99.9% 인간, 0.1% 동물의 특성을 지닌다.

이탈리아 주교협회 소유의 일간지인 아베니레도 이날자 1면 사설에서 영국 정부의 그 같은 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설은 그 같은 인간-동물간 교잡 배아의 개발 과정에서 제기되는 윤리적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 뒤 "인간이 퍼센트로 환원될 수 있는가" "이런 종류의 생명체를 여전히 인간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 등을 반문하기도 했다.

나아가 사설은 동물 실험 관련이나 인간 배아 연구에 초점을 맞춘 이들 사례에 대해 과연 정부 당국이 '허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제기했다.

사설은 "(당국의) 결정권이 인간의 수태에까지 미쳐야만 한다고 결정된다면, 우리는 당신의 유전적 유산의 대부분이 인간적일 경우에 한해서 스스로를 영국인으로 부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런던 킹스대학 연구팀 등 과학자들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난치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줄기세포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인간-동물 교잡 배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여성의 기증 난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동물 교잡 배아를 허용해 달라고 지난해 말 HFEA에 신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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