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깜도 안되는 의혹'이라고 일축했던 청와대 변양균 정책실장과 동국대 신정아 전 교수가 동거 수준의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같은 수준이라면 신씨가 동국대 교수로 임용될 때와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임될 때 변 실장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청와대가 갖가지 의혹에 대해 일관되게 부정해오다 검찰의 수사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충격을 받은듯 하다. 이는 청와대의 정보가 얼마나 어두웠나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정보원도 있고 경찰 정보도 있었을텐데 어떻게 변 실장의 말만 믿고 그렇게 속아왔을까. 변 실장은 서열로 비서실장에 이어 두 번째 인물이다. 대통령도 이같은 중책의 사람이 거짓말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사생활까지 사실대로 말할 사람은 없다. 청와대가 정보기관을 통해서라도 변 실장에 대한 조사를 했어야 했다. 각 언론이 숱한 의혹기사를 쏟아냈는데도 일관되게 부정하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까지 놨는데 이제 청와대가 어떤 변명을 할것인가. 대통령도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할 말이 없게 됐다", "제가 지금 난감하다"고 말했다.

변 실장과 신씨의 관계가 확실히 드러나면 노 대통령의 레임덕이 더욱 가속화 될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들은 친인척의 비리로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됐는데 노 대통령은 청와대 측근의 비리가 발목을 잡게 됐다. 대통령이 변 실장과 신씨와의 관계를 보고받고 진노한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검찰이 신씨의 통화 내역, 계좌 등을 추적할 경우 변 실장과의 관계가 보다 정확히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신씨를 도와준 또다른 인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신씨를 둘러 싼 추악한 사생활도 드러날지 관심이다.

변 실장 의혹과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 등이 모두 확인되면 청와대는 큰 소용돌이에 빠질것으로 보인다. 도덕성을 특히 강조해 온 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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