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기상이변 불러올 잠재력...빙하, 물로 환산시 담수의 75%

얼마전 각 언론과 포털에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보도가 화제가 된바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이 작은 나라는 앞으로 수십년 내에 지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투발루 정부가 국토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당수의 국민들이 인근 호주와 뉴질랜드 등으로 이민을 가고 있다.

해수면 상승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산과 빙하가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이제 자연이 육지를 모두 침몰시키겠다고 인간에게 마지막 경고의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 우리에 직접적 영향 없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빙하' 이야기에는 솔직히 관심이나 흥미가 별로 동하지 않을 것이다. 나라 안에서는 빙하를 구경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빙하와 빙산을 혼동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봄철이면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서 관심의 대상이지만, 빙하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등한시 하는 정보 중 하나다.

하지만 빙하는 지구상에서 인류가 문명을 영위해 나가는 한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존재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은 한반도라는 작은 땅덩이를 터전 삼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빙하는 지구적 규모의 기상이변을 불러올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빙하(氷河)는 글자 그대로 얼음이 큰 강물처럼 엄청난 규모로 모여 있는 것이다. 한편 빙산은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얼음덩이들을 말한다. 극지에 가까운 지방이나 고산지대처럼 기온이 낮은 곳에서는 눈이 내려도 녹지 않고 계속 쌓여서 만년설을 이루는데, 이게 오랜 세월동안 단단히 굳어서 얼음이 된 것이 빙하다. 빙하가 있는 곳은 이렇듯 추운 곳이기 때문에 대개 사람이 살지 않으므로 옛날에는 빙하에 대해서 별로 알려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빙하는 육지 면적의 약 10%를 덮고 있으며, 그 중에 98%는 남극대륙과 그린란드이고 나머지는 전 세계의 고산지대와 북극의 섬들 등에 흩어져있다. 다만 호주 대륙에는 빙하가 없다.



◇ 해수면 60m 상승 위협

지구상의 빙하를 물로 환산하면 바닷물의 1%를 조금 넘는 정도이지만, 해수가 아닌 담수로만 따지면 3/4을 차지한다. 즉 지구상의 민물은 75%가 얼음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래학자들은 인류의 심각한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지구 담수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빙하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기도 했었다.

빙산을 식수로 만들자는 계획은 일부 국가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대부분 남극 및 북극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대부분 빙산을 녹여 식수화 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1㎦의 남극 얼음덩어리를 4,800km 정도 떨어진 에드레이드까지 끌고와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급술집에서 빙산수를 판매하고 있으며,아직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지는 않지만, 실제로 케나다와 에콰도르의 생수업체에서 고급수로 빙하수를 팔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이 제품들이 상당히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방법이 식수확보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우리가 빙하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는, 만약 지구상의 빙하가 모두 녹을 경우 해수면이 지금보다 약 60m정도는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 빙하의 해빙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여파로 해수면이 조금씩 상승하면서 남태평양의 일부 섬나라들은 벌써부터 국토가 물에 잠기는 사태를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이대로 빙하가 녹아서 결국 지구는 '워터월드'가 되고 마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과학자들의 조심스러운 대답은, 그 진행 속도가 느린 편이라 어떻게든 대비책을 세울 시간적 여유는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 빙하기 도래 가능성

지구상 빙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극대륙과 그린란드의 빙하는 그 두께가 수백에서 수천 미터나 된다. 특히 남극의 빙하들은 길게는 몇 천 만년이나 얼음 상태를 유지해 왔으며, 워낙 온도가 낮고 또 얼음의 열전도율도 낮아서 아무리 지구온난화가 진행된다 해도 그렇듯 순식간에 녹아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적어도 앞으로 1천년 정도는 끄떡없을 것이라 말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북극에 떠있는 거대한 빙산들은 좀 더 현실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북극의 빙산들은 워낙 물에 떠있기 때문에 녹는다고 해서 해수면에 변화를 주지는 않지만, 대신에 바닷물의 염도를 낮추어 밀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서양 북쪽으로 흘러 들어가서 미 대륙 동부와 유럽에 따뜻한 기운을 전달해주던 멕시코만류가 멈출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이 지역은 빙하기에 가까운 혹독한 추위가 닥칠 수도 있다. 이에 따른 농작물의 피해 등을 따져보면 이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사태가 될 것이다.

바로 이런 시나리오를 영화화 한 것이 얼마전 개봉됐었던 '투모로우'이다.

즉 우리가 지구온난화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북극 얼음의 해빙이라는 현실적인 위협 때문인 것이다. 몇해전 남아시아 쓰나미 사태처럼 자연 재앙은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갑자기 엄습할 수 있다. 그러나 쓰나미의 원인이 되었던 지진과는 달리 지구온난화는 우리가 확실히 그 진행과 영향을 추적할 수 있는 변수이다. 이제라도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온실가스의 배출 억제 등에 적극 힘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후손들로부터 무척이나 무책임한 세대였다는 원망을 피할 길이 없다.

/대전=조명휘 기자 joemedia@

<자료협조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사진설명=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해마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수십년내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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