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코너] 박오순 ㈜영타운FS 대표이사

비가 지나간 마당에 잔디가 푸르러 그것들을 살펴보러 나갔다. 그러고 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정원을 며칠 돌보지 않아서인지 여기 저기 잡풀이 눈에 띄었다. 비 끝에 얼핏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작정하고 풀을 집어냈다. 한참을 몰두하다보니 무슨 기척이 났다. 돌아보니 남편이 현관에 나와 손짓하고 부른다. 여러 번 불렀는데 못 알아들어서 마당에 나오는 중이란다. 그러고 보니 꽤 많은 시간동안 마당에 있었던 것 같다.

손을 씻고 녹차한잔 우려내어 뜰 안을 내다보았다. 사람손이 간 뜰이 역시 정갈하다. 한결 개운해진 기분으로 창을 바라보다가 손녀를 위해 창에 붙여놓았던 한자가 눈에 들어왔다. 새로울 것도 없는데 오늘따라 유난하다. 남편이 부르는 소리를 냉큼 못 들어서 그런가보다. 획이 복잡한 들을 청(廳)자를 자세히 보니 그 획 하나하나가 의미하는 바가 생각났다. 왼쪽 귀 이(耳)자 밑에 임금 왕(王)자가 있다. 왕 같은 귀를 갖는다는 의미로 해석 할 수도 있는데 매우 커다란 귀로 모든 일에 우선 하여 집중해서 들어야함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오른쪽에는 열십(十)자 밑에 눈목(目)자를 옆으로 뉘어 놓은 글자가 있다. 듣는다는 것은 열개의 눈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말하는 이의 표정이나 눈빛, 낯빛 태도 등의 신체언어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 한 일(一)자와 마음 심(心)자가 차례로 놓인 것은 말하는 이와 마음을 하나로 하여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니 글자 한 자가 주는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그 글자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녹차 한잔을 더 우려내어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다. 입이 한개 이고 귀가 둘인 이유도 듣는 일이 말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한다.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남의 말을 듣는 것 보다 자기 말을 하는 일에 더 열중하는데 그 이유는 남을 이해하기 보다는 내가 먼저 이해받고 싶은 심리 때문이라고 한다.

고객과의 상담에서 고객의 소리를 듣는 일보다 내 일을 알리려는 의도가 앞질러 내 말이 더 많았는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열개의 눈을 동원해 그의 표정과 낯빛을 바르게 살펴서 말 뒤에 에둘러진 속마음을 알아내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도 생각해본다. 내가 등을 돌려 풀 뽑는 일에 열중하느라 크게 부르는 소리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마주보고 얘기 했더라면 아주 작은 소리도 충분히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듣는다는 것이 소리로만 내게 전달되는 게 아닌 것 같다. 더 나이가 들면 지금보다 청력이 나빠 질것이다. 소리로만 듣지 말고 눈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고 그리고 온정신을 모아 말하는 이와 한 마음이 되어 듣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말하는 이의 의도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게 듣는 일에 집중 할 수 있다면 세상사 많은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다.

들을 청(廳)자 안에 있는 부수처럼 왕의 귀를 갖고 크게 집중해서 듣고, 열개의 눈으로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는 일 뿐만 아니라 태도나 눈빛 등을 헤아리면서, 말하는 이와 한마음이 되도록 듣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게 말할 때 전심을 다해 들어주는 연습을 통해 사람들과의 소통이 더 원활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고 보니 마당 잔디 사이에 채송화 꽃무리가 밝게 소리 내어 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박오순 ㈜영타운FS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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