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신보, 北매체 대신해 평양표정 다채롭게 중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2일부터 벌이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평양시민들이 "환영→불면→격정"으로 관심과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3일 전했다.

핵실험, 유엔 제재, 6자회담 등 북한관련 국제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조선신보는 2일 저녁부터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 내부의 표정을 평양발로 시시각각 전하고 있다.

조선신보의 보도는 간략한 사실 보도에 그치기 일쑤인 북한 언론매체를 대신해 북한 일반주민의 표정을 전함으로써 제한적이나마 북한 사회 내부를 들여다보는 틈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 신문이 3일 정상회담 특집 기사에서 전한 평양 주민들의 반응가운데 대부분은 '조국 통일'을 앞당기는 기회라는 '정치적' 소감을 나타낸 것과 달리 20대 대학생은 "북과 남이 힘을 합치면 조선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경제대국으로 우뚝 솟아오를 것"이라고 말해 단편적이긴 하지만 북한 젊은층의 경제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있게 했다.

신문은 남북정상회담 이틀째인 이날 평양 시민들이 "아침 바쁜 출근길에서도 북남수뇌(정상) 분들의 영상이 실린 신문에 눈길을 모으며 통일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며 "평양역과 평양제1백화점, 지하철도역을 비롯한 신문 열람판이 있는 공공장소들과 신문 매대들은 시민들로 붐볐다"고 묘사했다.

인민대학습당 김상환(68) 연구사는 "장군님(김정일)께서 또 다시 용단을 내렸다"면서 "주석님(김일성)께서 평생을 바쳐 심혈을 기울여 온 조국통일이 장군님에 의해 드디어 성취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며 격정을 터뜨렸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이 2일 4.25문화회관에서 노 대통령을 맞는 장면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됐을 때 "평양 거리는 쥐죽은 듯이 고요했"고 "가정과 일터를 비롯한 TV가 있는 곳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장군님과 노 대통령의 상봉과 수십리 연도에 환영의 꽃바다를 펼친 시민물결을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또 같은 날 "밤 10시 마지막 저녁보도가 끝났어도 남녀노소 각계층 시민들은 이번 북남수뇌회담(정상회담)의 성공을 믿어의심치 않는 듯 통일이야기로 밤 가는 줄,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평양시민들은 오래도록 잠들 줄 몰랐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대목은 북한에서 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유행하고 있는 '지새지 말아다오 평양의 밤아'라는 노래의 제목과 가사를 차용한 인상을 줬다.

노 대통령의 군사분계선(MDL) 월경 장면에 대해서도 신문은 "중앙TV를 통해 (2일) 오후 5시 35분부터 약 2분간 방영됐다"며 이 장면을 본 평양시민들은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이은 6.15공동선언의 생활력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노 대통령 내외가 MDL을 넘는 순간 다소 주춤했다고 전하며 그 이유에 대해 "부인과 함께 넘으려고", "분리선을 넘는 예식을 갖추려고", "보다 의의있게 넘으려는 의도였을 것" 등 분분한 해석이 나왔다고 재미있게 소개했다.

노 대통령이 평양 중심가에서 카 퍼레이드를 벌이는 장면을 소개하는 대목에선 "7년만의 북남 수뇌상봉, 연도에는 평양시민들의 함성이 메아리쳤다"고 신문은 말하고 "한겨레, 한핏줄을 만난 반가움이 수도의 거리에 자연스럽게 넘쳤다"고 덧붙였다.

조선신보는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 2일 오후 8시께 인터넷판을 통해 첫 소식을 전한 뒤 이날 오후 6시 현재까지 모두 9차례 걸쳐 평양시민들의 표정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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