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지구당 당원협의회 총무, 800명 명단 전달

대통합민주신당 경선과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 등 명의도용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7일 서울 종로구의원 정인훈(45.여.구속)씨에게 옛 열린우리당 당원명부를 건넨 전 열린우리당 종로지구당 당원협의회 총무 김모(34)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김씨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자진 출석함에 따라 미리 발부받아 둔 체포영장으로 체포 절차를 밟은 뒤 정씨에게 당원명부를 건넨 경위와 정동영 후보 캠프 쪽 개입 여부를 캐고 있다.

경찰은 조사 결과 김씨가 정씨에게 명부를 주며 명의도용을 지시하는 등 사건에 깊이 개입했음을 보여 주는 정황이 드러날 경우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8월 중순 종로지구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가급적 많은 사람을 선거인단에 등록시켜 달라"는 부탁과 함께 옛 열린우리당 당원 800여명의 인적사항이 적힌 명단을 정씨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김씨로부터 명단을 넘겨받은 뒤 8월 23∼24일 아들 박모(19)군 등 대학생 3명과 함께 서울 숭인동과 창신동의 PC방 2곳에서 노 대통령 등 522명의 명의를 도용해 통합신당 대선후보 국민경선 선거인단에 허위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종로구의원 정인훈씨를 구속 수감한 경찰은 이날 정씨를 다시 소환해 명의도용에 사용된 옛 열린우리당 당원 명부를 입수하게 된 경위를 집중 조사했다.

경찰은 `정씨가 여의도의 정동영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명단을 받은 뒤 PC방에서 우리에게 건네 줬다'는 아르바이트 대학생의 진술과 `명의도용이 이뤄지기 열흘 전께인 8월 중순에 종로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김씨로부터 명단을 넘겨받았다'는 정씨의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이 부분을 강도 높게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또 정씨가 자진 출석해 체포된 이달 3일까지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노트북 PC를 사용했던 사실을 확인했으며 정씨가 이를 감췄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노트북의 소재를 캐고 있다.

경찰은 전날 정 후보 캠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캠프 쪽의 반발로 무산된 것과 관련, 검찰과 협의를 거쳐 다시 압수수색을 시도할지 결정키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캠프 쪽 요구대로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받을지 다시 압수수색을 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검찰의 지휘를 받아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 아들 박군 등 명의도용에 관여한 대학생 3명에게 정 캠프 쪽의 아르바이트를 알선해 준 캠프 관계자 최모씨를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특히 박군 등이 선거인단 등록과 관련해 본인 동의 없이 대리서명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최씨도 명의도용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조사 중이다.

경찰은 전날 압수수색 시도 당시 최씨가 정동영 후보 캠프 사무실에 있었던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최씨의 소재 파악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빠른 시일 안에 소환 일시를 정해 당이나 캠프 관계자 등을 통해 통보키로 했다.

최규식ㆍ이강래 의원 등 정후보 캠프 쪽 의원 6명은 이날 낮 서울경찰청을 항의 방문, 어청수 청장을 만나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는 특정 후보 죽이기 시도인 만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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