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김용수 손해사정사

얼마전 대전에서 손해사정상담을 약속한 분이 갑자기 약속시간을 3시간이나 늦춰달라는 요청에 시간이 남아 오랜만에 영화를 한편보았다. '추격자'란 한국영화였는데 시작부터 손에 땀을지는 긴장의 연속이였다. 죽음앞에 살아남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피해자의 모습과 그러한 상황을 모르고 범인을 놓고 계속해서 시간만허비하는 경찰과 다시 풀어주는 검찰의 무능에서 답답한 현실을 보게된다. 죽을 힘을 다해 피해자는 탈출에 성공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다시 범인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장면에서 그것을 막지못한 허탈감과 분노가 함께 밀려와 치를 떨었던 영화였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아니면 현실을 미리 반영하였던 것인지 그영화를 본 이후로 우리사회에 그와 비슷한 사건이 연속하여 발생하였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세 모녀 살해사건 뿐만아니라 안양초등학생 유괴납치 살해사건 등 잔혹한 범죄로 온 국민이 치를 떨며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안양초등학생유괴사건은 결국 성도착증 환자인 범인이 나이를 가리지않고 여성들을 성폭행한 뒤 무참히 살해한 사건으로 드러났다. 특히 어린 생명이 성추행 대상으로 희생됨에 따라 성범죄로부터의 아동보호대책이 시급함을 일깨우고 있다.

2006년도에는 서울 용산구 용문동에서도 김모(58)씨가 당시 11살이던 한 여자 어린이를 가게로 유인, 성추행한 뒤 흉기로 살해한 것은 물론 시신을 불태운 사건이 발생,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지난해 매년 2월22일을 '아동 성폭력 추방의 날'로 정하는 등 아동 대상 성범죄 방지를 위한 대책들을 쏟아냈으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함께 사실로 나타나고있다.

용산 초등생에 이어 이번 안양 두 어린이가 또 그릇된 한 어른의 성적 욕심에 희생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부녀자, 특히 아동대상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인권 보장을 위한 지난 정부들의 노력들에 대해 전부 부정적으로 보고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들에서 경험한 것과 같이 지난 10년간 범법자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노력한것에 비해 범죄의 대상인 일반 시민, 그 중에서도 특히 어린이와 여성 등 범죄 방어 능력이 약한 계층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장 중요한 인권 보호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도 딸만 둘이고 이번에 큰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애엄마가 딸아이에게 핸드폰을 사주자는 성화에 처음에는 아직어린데 무슨 핸드폰이냐고 반대하다가 이런 험한 세상에 최소한의 방어수단과 위치확인수단이라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구입하여 가방에 꼭 넣어주고 위급시 대처요령을 숙지시켜주다 문득, 국민소득2만불시대돌파라는 광고를 보며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야할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허탈한 웃음밖에..

이런 개인의 노력으로 세상이 바뀔수는 없고 범죄를 뿌리 뽑을 수가 없다고본다.

국가차원에서 우선 그런 범죄들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요인들을 과학적·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예방할 수 있는 장치들을 제도적·실질적으로 마련, 교육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런 정책은 졸속으로 수립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관계 부처 공무원과 학자, 어린이와 부녀자 등 취약자들의 보호를 위한 국제기구 또는 각종 공익 단체들의 전문가들이 모인 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본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이나 국제기구에서는 그같은 방법으로 정책을 연구·수립·시행한 지 오래라고하니 우리도 서둘러야한다. 국민소득만 올린다고 선진국이 되는건 아니지 않은가?. 학교정문앞에 불안에 떨며 기다려야하는 삶이 행복한 삶인가?

이번 사건들에서 보듯이 정부나 언론이나 일반 국민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린이와 부녀자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상의 실수들에 대해 탓하기만 한다. 정작 범죄 예방을 위한 기초적인 연구와 체계적인 예방 대책 수립을 위한 관심과 투자는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

우리의 자녀와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범죄를 막는 일은 낭만이 아니고 범죄와의 전쟁이다. 범죄와의 전쟁은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나서서 싸워야 한다. 그럴 때 반드시 예방하여 이길 수 있다.

/ 김용수 손해사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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