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광호·편집부국장

대학 갈 때만 눈치 보는 게 아니었다. '아줌마 부대'들이 푼돈을 목돈으로 만들려고 아파트 투기할 때만 눈치작전을 벌이는게 아니었다. 이런 눈치보기는 이빨도 안 났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년도 지방의회 의정비를 올리면서 이리재고 저리재고 하면서 어떻게든 몇 푼 더 받으려고 애쓰는 건 눈치작전의 극치였다.법정 시한 마지막 날인 10월 31일 전격적으로 해치우는 건 기본이고, 아예 예정된 날짜까지 미뤄가며 마감 날 인상안을 처리했다.

한 술 더 떠 충북도 경우 자기들 스스로 별의별 참고 자료를 감안해 &amp;amp;amp;amp;quot;이렇게 올려도 괜찮을까. 여론이 눈감아줄까&amp;amp;amp;amp;quot;라며 조심스레 내놓은 잠정 인상안도 무시한 채 마지막 날 또 다시 올렸다.



변칙이 판 쳤던 인상작전





올리는 이유도 가지각색이었다. 기관간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것으로, 다시 말해 &amp;amp;amp;amp;quot;저쪽 기관은 올리는데 왜 우리만 가만있느냐&amp;amp;amp;amp;quot;는 희한한 논리였다. 위상을 살려야 한다는 쓸데없는 자존심도 끼어들었다.

하기야 충북 괴산 같은 곳은 잠정 인상안을 100%로 잡았었다. 이건 도대체 '호랑이를 그리려고 해야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다'는 심산인지 아무리 숫자에 약한 서민이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다.

무슨 물건 살 때 깎일 걸 감안 해 흥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명색이 주민 대변자라고 하는 인사들의 행태치고는 치졸하기 짝이 없었다. 살림살이가 어렵다고 허리띠 조여가며 살면서 자신들을 지방의회로 보내놓고 지켜보는 주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더니 결국 84% 올렸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대전광역시는 평균 12.8%, 충북은 15.9%, 충남은 1.5% 올리는 것으로 '의정비 인상작전'은 일단락 됐다.

충북 증평군은 무려 98%를 올렸다. 아무리 지난해 금액이 적어 인상율만 갖고 따지면 곤란하다고 하지만 주인이라 섬기는 지역민들이 안중에 있는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민 대변자가 부린 꼼수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에 대해서는 주민 대부분이 부정적이다. 대다수 자치단체들이 주민의견을 수렴한다며 시행했던 인터넷 여론조사는 &amp;amp;amp;amp;quot;인상시켜줘야 한다&amp;amp;amp;amp;quot;로 나온 모양인데 인터넷 조사의 한계 때문에 객관성, 투명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여론조사를 명분으로 그리고 물가상승율, 공무원 봉급 인상율 같은 가지가지 올릴 근거를 찾아가며 기 쓰고 올렸다. 물론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공기만 마시고, 물만 먹고'사는 신선 같은 삶을 요구하지 않는다. 궁색하게 살며 주민 뒷바라지만 하라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주민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나서 지역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 그래서 자신들을 밀어 준 국민들의 혈세를 받아먹는 사람들이 마치 올리기 경쟁이라도 하듯 꼼수를 부리는 작태는 더 이상 주민 대변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까운 생각 안 들도록 해주길





그렇다고 무조건 의정비를 올리지 말라는 게 아니다. 올리려면 떳떳이 했어야 했다. &amp;amp;amp;amp;quot;전문성을 키워 복잡다양 해 지는 사회 속에서 주민이익을 최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인상할 수밖에 없다&amp;amp;amp;amp;quot;고 나왔어야 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지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한 인상안을 내놓고 주민의견을 최대한 물어 떳떳하며 정정당당하게 처리했어야 했다.

스스로 못할 짓 하는 것처럼 여기저기 눈치보고, 마지막 날 주민들이 반대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시간도 오후 늦게 잡아 후다닥 처리한 것은 비겁하기까지 했다.

그래놓고 자신들이 비판&amp;amp;amp;amp;middot;견제해야 할 집행부를 대상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정상적인 방법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일을 처리했는지 심의, 의결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그러나 '악법도 법'이라고 어떤 방법을 썼든 의정비는 인상됐다. 모양새야 구겨질대로 구겨졌지만 의정비 인상을 위한 '변칙작전'은 끝났다.

&amp;amp;amp;amp;quot;비판은 잠시고, 못올린 기관만 손해&amp;amp;amp;amp;quot;라는 볼맨 소리가 이곳저곳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의정비에 관한 가이드 라인(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부디 올린 의정비에 맞게, 일이라도 잘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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