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원정에 나섰다가 첫 경기에서 세계 톱랭커의 자존심을 구긴 '탱크' 최경주(37.나이키골프)가 중국에서 명예회복에 나선다.

최경주는 8일부터 중국 상하이의 서산인터내셔널골프장(파72.7천199야드)에서 나흘간 열릴 유럽프로골프투어 겸 아시아프로골프투어 HSBC챔피언스에 출전한다.

지난 4일 끝난 싱가포르오픈에서 사흘 내내 오버파 스코어를 내며 공동 14위에 그쳤던 최경주는 세계랭킹도 8위에서 11위로 떨어져 이래저래 명예회복이 절실한 처지.

HSBC챔피언스에 3년 연속 출전하는 최경주는 코스도 이제 익숙해져 2003년 린데 저먼 마스터스 이후 4년만의 유럽투어 정상 정복으로 아시아 최고 골퍼의 위상을 입증하겠다는 생각이다.

최경주는 2005년 공동 12위, 그리고 작년에는 공동 9위를 차지했다.

한국프로골프 상금왕과 신인왕을 석권하고 세계무대 진출 전초전으로 아시아 원정에 최경주와 동반한 '슈퍼루키' 김경태(21.신한은행)도 구겨질 대로 구겨진 '한국 상금왕'의 체면을 되찾겠다는 다짐이다.

싱가포르오픈에서 컷조차 통과하지 못한 김경태는 중국에서 열렸던 삼능 애플시티오픈 우승이라는 달콤한 추억을 안고 상하이에 발을 디뎠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세계랭킹 2위에 올라 있는 필 미켈슨(미국) 역시 싱가포르오픈에서 공동 23위로 밀린 망신을 풀어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회에 난생 처음 출전한 미켈슨은 미국 샌디에이고 산불로 어수선한 가운데 치른 싱가포르오픈의 아픈 기억을 상하이에서 말끔하게 씻어내겠다는 다짐이다.

최경주, 김경태, 미켈슨 말고도 이번 대회에서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선수는 바로 작년 챔피언 양용은(35.테일러메이드)이다.

지난해 우즈와 레티프 구센(남아공), 짐 퓨릭(미국)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모조리 제치고 이 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양용은은 하루 아침에 '월드스타'로 떠올랐지만 이후 1년 동안 추락을 거듭했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뛰었지만 거듭되는 컷 탈락에 한때 30위권까지 올라갔던 세계랭킹은 93위까지 하락했다.

양용은은 제2의 골프 인생을 열어줘 '고향'이나 다름없는 상하이 서산인터내셔널골프장에서 다시 한번 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출사표를 냈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오픈에서 컷오프되면서 유럽투어 상금왕 자리도 놓쳐 망신살이 뻗친 어니 엘스(남아공)도 이 대회에 나서는 각오가 남다르다.

그러나 이들 다섯 명의 '한풀이'와 '명예회복'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총상금이 500만 달러에 이르는 특급 대회인 HSBC챔피언스는 특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치열한 우승 경쟁이 예상된다.

미켈슨, 최경주, 엘스, 구센, 비제이 싱(피지),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폴 케이시, 리 웨스트우드, 이안 폴터 (이상 잉글랜드),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 트레버 이멜만(남아공), 헨릭 스텐손(스웨덴) 등 출전 선수 면면은 메이저대회를 방불케 한다.

싱가포르오픈에서 싱을 1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한 US오픈 챔피언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도 2주 연속 아시아 정상을 노린다.

올해 아시아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배상문(21.캘러웨이), 이승만(27)도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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