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가 12일 플로리다주 세인트 오거스틴에 있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서 열린 명예의 전당 입당식중 낸시 로페스가 박수치는 가운데 자신의 명예의 전당 트로피를 치켜들며 미소짓고 있다

"어릴 때 부모님께서 기왕이면 큰 꿈을 꾸라고 말씀하셨는데 오늘 내 꿈이 이뤄졌습니다"

한국 골프의 상징인 박세리(30.CJ)가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오거스틴의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 정식으로 발을 디뎠다.

199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수석으로 합격한 박세리는 1998년 신인으로 메이저대회 두차례 우승 등 4승을 올리며 단숨에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고 지난 2004년 미켈롭울트라오픈까지 24승을 따내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을 갖춘 뒤 꼭 3년만에 입회식을 치른 것이다.

박세리는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 가운데 하나인 '현역으로 10년 활동'을 지난 5월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채웠다.

3천여명의 하객이 모인 가운데 대선배 낸시 로페스(미국)의 소개를 받고 단상에 오른 박세리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금세 환한 미소와 함께 120명 밖에 없는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소감을 차분하게 밝혔다.

"모든 사람들이 제게 한국여자골프의 선구자라고 말했다"고 운을 뗀 박세리는 "선구자가 된다는 것은 어렵고 외롭다. 압박감도 여간 심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박세리는 "하지만 모두 내가 걸어온 길을 따라 간다고 생각하면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고 이게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후배들과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날 박세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상금왕을 세차례 지낸 커티스 스트레인지(미국), PGA 투어에서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19승을 올린 허버트 그린(미국), 그리고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한 켈 네이글(호주), 3차례 브리티시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석권한 조 카(아일랜드) 등과 함께 입회식을 가졌다.

현지 언론은 벤 호건, 잭 니클러스, 아널드 파머의 계보를 이어 백인 스타 플레이어 스트레인지에 초점을 맞췄지만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 최연소 입회 기록을 세운 박세리에게도 상당한 비중을 뒀다.

AP 통신은 메이저대회 5승을 비롯해 24승을 올린 박세리는 올해 45명에 이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코리언 군단'의 리더라며 많은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이 박세리의 성공을 보고 미국 무대에 진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박세리가 막 LPGA 투어에 데뷔했을 때 일화도 소개했다.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는 당시 나이키에게 거액을 받고 투어에 뛰어든 아마추어 최강 켈리 퀴니(미국)를 제치고 박세리가 신인왕에 오를 것이라는데 베팅을 했다. 당시 베팅 업계는 퀴니가 신인왕이 될 확률이 박세리보다 66배나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당시 LPGA 투어 커미셔너 짐 리츠는 "박세리를 처음 봤을 때 어니 엘스를 떠올렸다"면서 "어떤 운동을 해도 정상급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닌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고 골프를 선택한 게 우리에게 얼마나 행운인지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명예의 전당 선배인 줄리 잉스터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어야 했던 박세리에 대한 측은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잉스터는 "타고난 재능에 끝없는 노력, 기계적인 스윙 등 박세리는 최고였다"면서 "하지만 누가 시켜서 골프를 했을 뿐 골프 자체를 즐기지 못했던 것이 박세리의 긴 슬럼프를 불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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