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라윤도(건양대 공연미디어학과 교수)

대통령 선거일이 가까와 오면서 새로 선출될 대통령에 온갖 관심이 쏠리는 만큼 퇴임하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대통령이 들어선다는 것은 동시에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을 낳게 된다는 말과 같다. 물론 현직 대통령의 중요성과 비교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의 중요성은 간과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정착될수록 여러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현직 대통령과 함께 살아가야 하고, 그같은 현실에서 국가 지도자로서 전직 대통령의 바람직한 역할은 더없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그들의 퇴임 후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불행하게도 60, 70년대는 순탄한 정권이양의 전통이 확립되지 못하였고, 그 이후에는 일부 전직 대통령이 재임중 각종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사법처리를 당하였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전직 대통령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면서도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쨌건 우리나라에도 현재 4명의 전직 대통령이 건재하고 있고, 이제 내년 2월말이면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을 맞아야 하는 시점에서 전직 대통령의 바람직한 역할과 그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의 효율성 등에 대하여 신중하게 생각할 시점이 되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각종 예우는 한 때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렸으며 그에 대한 책임을 졌던 소중한 경륜을 활용하고 국가발전의 초석으로 삼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들의 역할이 매우 미미하거나 오히려 사회의 지탄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행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대통령에게는 매월 대통령 당시 월급의 95%에 해당하는 연금을 지급하고 1급 1인, 2급 2인 등 별정직 고급공무원 3인의 비서관을 둘 수 있고 교통&amp;amp;amp;amp;middot;통신&amp;amp;amp;amp;middot;사무실 제공 등의 편의와 7년간의 경호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다. 돈으로만 따져도 대기업 임원의 대우를 능가한다.

국민들은 이같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전직 대통령을 여러명 모시고(?) 있는 데 비해 그들은 과연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더우기 미국의 지미 카터 전대통령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대통령, 아일랜드의 메리 로빈슨 전대통령 등 퇴임 후에 더욱 큰 업적을 쌓아 국민의 자부심을 더욱 크게 해주는 다른 나라의 전직 대통령들을 바라볼 때면 그같은 생각은 더욱 절실하다.

따라서 퇴임을 3개월여 남긴 노무현 대통령의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활동에 대해서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노 대통령이 퇴임후 돌아가 살겠다고 공언한 고향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이 수시로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봉하마을의 사저 주변을 노대통령 친&amp;amp;amp;amp;middot;인척과 측근들이 꾸준히 매입해 원래 1만여㎡(3천여평)보다 3배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2002년말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동교동 사저 개축이 '호화 사저' 논란을 일으켰던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서민 대통령'을 표방해온 노무현 대통령이기에 집의 평수만 보고도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고 있다. 심지어는 '노무현 타운' 등장 이라고 시니컬하게 표현한 매스컴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집의 평수가 아니다. 과연 그 넓은 땅에서 넓은 집을 짓고 무엇을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그 부지와 건축은 동창이나 친지들이 맡아서 해결해주고 그 내부 운영만 연방정부에서 맡아주는 미국 전직 대통령들의 대통령도서관 예를 보면 김대중 전대통령의 동교동 사저 신축에 경호실 예산이 전용되었다는 등 의혹이 있었던 것과 같이 국가 예산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면 노 대통령 사저의 땅이 넓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 땅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노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으로 대통령직을 만족스럽게 수행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준비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새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마음 먹기에 따라 아쉬움을 만회할 길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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