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규 원장의 생활 동의보감

사람의 몸과 마음은 상호 작용합니다. 마음의 상태가 몸에 투영되고 역으로 몸의 상태가 마음에 나타납니다. 건강과 질병 또한 그러하여 건강한 마음은 몸의 질병을 치유하고, 병든 마음은 몸을 병들게 합니다. 건강한 몸은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병든 몸은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은 종교나 철학에서도 설명되는 개념이지만, 한의학에서는 그 생리 및 병리기전을 구체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심신의학이라고 하는데, 허준의 『동의보감』은 심신의학의 꽃을 피웠고, 사상의학을 창시한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은 그 열매를 얻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칠정(七情)으로 인하여 병듭니다. 기뻐하거나 화내거나 걱정하거나 생각이 많거나 슬퍼하거나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마음이 크든지 혹은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몸에 질병이 생깁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가벼운 질환에서 무서운 질병까지도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인의 3대 사망원인인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도 그러합니다. 칠정 중 가장 해로운 것은 화내는 것입니다. 화를 자주내면 간이 손상되거나 과용되어 대부분 위급한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화내는 것만 다스릴 수 있어도 마음의 병 상당부분이 치유될 수 있습니다.

역으로, 몸이 불편하면 마음도 불편해집니다. 밝은 성격의 소유자라도 오랫동안 질병에 시달리면 성격이 변합니다. 한편 오랜 병마로 성격이 까다로워진 사람도 병마가 사라지면 성격이 밝아집니다. 예를 들어 화를 자주 내는 분은 간병이 생기기 쉬운데, 간병에 걸리면 병마가 마음을 더욱 병들게 하여 더욱더 화를 냅니다. 하지만 간병을 치유하면 화내는 것도 좋아집니다. 물론 스스로 화내는 것을 자제하면 질병 치유가 더욱 쉬워집니다. 이렇듯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항상 서로 상호작용합니다. 따라서 건강을 되찾거나 유지하려면 마음을 항상 밝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긍정적인 마음, 적극적인 마음은 몸의 독소를 해소하고 생체 에너지를 극대화하여 질병을 자연 치유하거나 치유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어떤 기업가는 간염에 걸렸는데 업무가 너무 바빠서 치료를 미루다 업무를 완료한 후 검사해보니 간염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업무에 대한 애착과 성취감이 몸의 독소를 해소하여 간염을 치료한 것입니다.

요즘 건강을 염려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매스컴이나 주변에서 틈날 때마다 질병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니 건강한 사람이라도 질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양한 질병의 증상을 소개하여 조기 발견을 도와주려는 의도라고 하나, 결과적으로 질병에 대한 공포심만 조장하여 건강염려증에 이르게 합니다. 인간은 생명체이므로 완전한 상태란 있을 수 없습니다. 몇 가지 불편한 증상은 항상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증상이 마치 중병의 징표인양 선전되어 많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검사비를 과다 지출하게 합니다. 대부분 두통은 뇌질환과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싼 비보험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건강염려증은 정보의 범람이 초래한 질병입니다. '아는 게 병이다'라는 선현들의 말씀이 정확히 들어맞습니다. 매스컴과 인터넷의 방대한 질병정보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불편한 사항이 생기면 인터넷을 검색하여 해괴한 질병에 자신의 증상을 끼워 맞춘 후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이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면 실제 해당 질병의 증상이 하나 둘 더 나타납니다.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아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도 의심을 풀지 않습니다. 결국 건강한 신체를 지닌 사람이라도 질병에 이르게 됩니다. 건강에 대한 지나친 염려가 인체의 기혈 순환에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마음의 병에서 걱정이 지나쳐 생긴 경우에 해당됩니다.

건강검진은 이제 필수가 되었습니다. 국민 누구나 건강검진을 받아서 내 몸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으니 의료 환경이 개선된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미리 검진해서 큰 병을 예방할 수 있으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0년 건강검진비용은 1,133억이었는데 2005년에는 2,355억, 2006년에는 3,574억이었고 올해는 4,000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만 해도 20%이상 증가되었습니다. 즉 건강검진이 양적 질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검진비를 포함하면 건강검진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고, 질병확인을 위한 검진비를 포함하면 천문학적 숫자일 것입니다. 건강검진비용을 포함한 검진비용이 이렇게 증가되었으니 당초 목표했던 대로 위중한 병들은 사전에 예방되어 치료비가 절감되어야 할 것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험급여비는 2000년 9조 418억이었고, 2005년은 18조 3,659억, 2006년은 21조 4,389억이었으며 올해는 25조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15%정도의 증가가 예상됩니다. 이는 물가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의료비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비보험을 감안하면 의료비 비중은 더욱 커집니다. 전 국민 건강검진을 실시하면서 예상했던 효과가 왜 나타나지 않을까요?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을 무시한 결과입니다. 건강검진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한다는 것은 정보가 단절된 사회에서나 가능합니다. 정보통신과 인터넷이 발달한 현대에는 대부분 지병으로 가지고 있던 질환을 확인하는데 불과합니다. 건강검진이 조기에 질병을 발견했다면 당연히 전체 보험급여비는 감소해야 합니다. 그런데 건강검진비가 증가할수록 전체 보험급여비가 더욱 증가한 것은 기대했던 효과가 없다는 뜻입니다. 더욱 심각한 폐해는 건강검진 자체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소독되지 않은 불결한 검진 기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병을 유발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 건강검진은 실상 질병검진입니다. 질병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마음은 병들게 되고 마음의 병이 몸을 병들게 합니다. 진정한 건강검진으로 거듭나려면 다른 방법으로 건강의 척도를 측정해야 할 것입니다. 식습관, 수면습관, 운동습관, 신체 발육정도, 신체 유연성, 마음 유연성 등을 측정하는 명실상부한 건강검진은 국민의 관심을 질병에서 건강으로 옮겨 국민의 건강도 향상시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도 개선하여 의료보험료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건강은 밝고 건전한 마음에서 비롯되며, 밝고 건전한 마음은 몸이 건강할 때 유지됩니다. 사람은 생명체이므로 완전할 수 없는 반면, 그런 불완전 요소가 변화와 발전의 원동력이 됩니다. 불편한 점이 생기면 그때그때 해소하면 됩니다. 오래 방치하여 지병이 되지 않도록 미리 적절히 대처하면 됩니다. 항상 밝고 즐거운 마음을 지니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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