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현연구관(국립중앙과학관)

요즈음도 도난방지를 위해서 단순한 자물통에서부터 손금이나 음성인식에 이르는 첨단도난방지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예전에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들도 장롱에 소중한 물건을 넣고 자물쇠를 채워 놓곤 하였다. 이처럼 자물쇠는 중요한 물건을 넣어 두는 함이나 장롱, 뒤주 등 여닫는 물건에 채워서 열쇠가 없으면 열지 못하도록 잠그는 장석의 일종으로 도난방지 및 비밀유지 외에도 가구장식(家具裝飾)의 아름다움을 돋우는데 사용되었다.

우리의 전통 자물쇠는 자물통ㆍ소통ㆍ쇠통ㆍ쇄금ㆍ쇄약 등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자물쇠라는 말은 동사인 '자물'과 명사인 '쇠'가 합쳐서 만들어진 복합어다. 여기서 자물은 잠근다는 의미를 지닌 '므다'에서 비롯됐고, 쇠는 쇠붙이를 뜻한다. 이렇게 볼 때 자물쇠는 잠근다는 기능성을 강조한 말로, 폐쇄ㆍ보관ㆍ보수ㆍ수비 등을 상징한다.

전통 자물쇠는 크게 자물통과 고삐, 열쇠 세부분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자물통은 자물쇠의 몸통이고, 고삐는 잠글 물건을 거는 부분에 해당한다. 잠근장치 기능은 자물통과 고삐에 의해 이뤄진다. 고삐의 살줏대에 부착된 탄력성 있는 '>' 모양의 살대를 자물통에 끼워 넣어 잠가지는 것이다. 자물통의 열쇠구멍과 살줏대에 부착된 살대의 크기와 구조에 맞는 열쇠가 아니면 절대 열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전통 자물쇠 중에는 단순히 일자형으로 돼 있어 한번에 열리는 것도 있다. 그러나 미로처럼 만들어 순서에 맞게 여러 단계를 조작해야만 열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 담긴 종류도 있다. 지그재그로 손놀림으로 밀고 당기면서 자물통과 열쇠의 퍼즐을 하나씩 풀어가는 셈이다. 이와 같은 비밀자물쇠는 조작하는 과정의 수에 따라 2단에서 8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러한 비밀자물쇠에서 찾아지는 과학슬기를 보면, 밑면에 부착된 밀대판에 배흘림을 갖도록 만들었으며, 가운데 부분이 약간 오목하게 들어가도록 두드려 판스프링 역활을 하도록 설계하였다. 이는 밀대판을 오래 사용해도 헐거워짐을 방지하여 쉽게 양쪽으로 밀리지 않도록 하는 특수설계기법인 것이다.

특히 자물쇠의 속뭉치인 살줏대에 부착되는 살대는 탄력이 가장 중요하므로 밀대판과 같이 백동판을 망치로 두들겨 강도를 높이고 탄력성을 갖도록 만들었다. 살대가 마치 다이빙대와 같은 탄력을 갖게 하여 잠기거나 열쇠를 빼었을 때 원위치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탄력을 조정하여 설계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설계구조와 성능은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자물쇠를 만들기 위한 정확한 합금과 단조ㆍ주조기술과 함께 우리 선조들의 손끝의 정밀함과 겨레과학의 정수를 보여 주는 것이다.

지금도 지문인식이나 성문인식ㆍ체온인식 잠금장치의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보안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잠금기술개발에 첨단과학기술이 동원되듯이 우리 겨레 또한 잠금ㆍ보안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하여 왔는데, 그 과학기술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고유의 자물쇠이다.

오늘날의 어느 잠금장치에 못지 않은 기능이 녹아있는 고유 자물쇠의 제작기술과 기능이 현대기술과 접목되어 새로운 기술과 장치로 개발 고안된다면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값비싼 가구, 중요 건축물의 출입문에 시건의 기능과 함께 인테리어적인 기능을 함께 함은 물론이고, 귀중품 및 중요 시건장치에 쓰이고 있는 외제자물쇠를 대체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윤용현 연구관(국립중앙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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