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신길수 충북문화포럼 대표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가족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사소한 이야기부터 일과 관련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생활하고 있다.

대상에 따라,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주제가 다르기는 하지만 그때 마다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기곤 한다.

정말 하고 싶은 말도 많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말의 힘, 세치 혀의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삼사일언(三思一言)이란 말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한 마디 말을 하기 위해 세 번을 생각하고 말을 하라는 말이다. 그만큼 말 한마디가 중요한 것이다.

옛말에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이며, 설시화지근(舌是禍之根)'이란 말이 있다. '입은 화(禍)의 문이며, 혀는 화의 뿌리'라는 뜻이다. 즉 말조심을 해야 화를 면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겨주는 말이다.

함부로 말하는 것도 화를 불러일으키지만 준비되지 않은 섣부른 말이 화를 부르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는 순간적인 위기를 모면하려고 변명을 하거나 말끝을 흐리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국회 청문회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불리한 상황이 되면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하고 말을 한다.

오래 된 이야기도 아닌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그러한 기억력으로 어찌 나라를 위해 일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우리의 문화에 부족한 것이 있다면 표현력을 들 수 있다. 합리적인 사회는 인정할 줄 아는 사회다. 자신이 잘못을 해 놓고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고 도움을 받고도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이 바로 우리가 개선해 나가야 할 표현력인 것이다.

서로를 인정해 줄 줄 아는 사회, 서로에게 제대로 된 표현을 하는 사회가 바로 선진사회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한다.

물이나 우유를 쏟으면 닦아내면 되지만 말은 한번 입 밖으로 나오면 두 번 다시 주워 담지 못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세상이지만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말하는 기술이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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