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최대 0.5%p 슬그머니 인상..신한銀 0.3~0.4%p 높여

최근 계속된 예금이탈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들이 시중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자 이 기회를 틈타 예금금리를 인상하며 증시에서 빠져나온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것.

은행들은 그동안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통해 근근이 자금을 조달해왔으나 이로 인해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금융감독 당국이 CD 발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자다시 예금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21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슬그머니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국민슈퍼정기예금'에 대해 영업점장 전결 금리 폭을 최대 0.3% 포인트 인상하는 한편 본부 승인을 거쳐 0.2% 포인트 가량을 더 얹어줄 수 있도록 금리 운용 기준을 변경해 영업점에 전달한 것.

국민슈퍼정기예금은 국민은행 정기예금 잔액(56조7천억원) 가운데 70%(40조원)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상품이다.

이에 앞서 와인정기예금과 명품여성자유예금, e-파워정기예금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각각 0.25∼0.40%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와 함께 파격적인 금리를 앞세우며 거액 기관자금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50억원 이상 거액 기관자금 유치 경쟁 입찰에서 역마진이 우려될 정도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싹쓸이'를 하고 있다"며 "손실을 보면서 자금을 유치할 만큼 자금난이 심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얼마 전 한국은행의 지급준비금(예금 일부를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것)을 마감 일까지 마련하지 못해 한은으로부터 8천억원 긴급자금을 '수혈'을 받았으며 중소기업 신규 대출까지 중단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이 요동치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고객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연말 기업들의 여유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CD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개선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특판예금을 통해 앞다퉈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부터 연말까지 3조원 한도에서 CD플러스예금과 일반 정기예금에 1천만원 이상 가입하는 고객에게 최고 0.2%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적용 중이다. 22일 현재 5천152억원을 끌어모았다.

신한은행은 27일부터 '파워맞춤정기예금'의 영업점장 전결금리를 0.3~0.4%포인트 높여 1년 만기는 최고 연 5.80%, 2년 만기는 5.90%, 3년 만기는 6.00%를 적용한다.

지난달 7일부터 최고 0.5~0.7%포인트 금리를 우대하는 특판예금이 판매한도 1조5천억원을 채워 종료되자 이번에는 정기예금 금리 자체를 인상한 것이다.

외환은행은 'YES 큰기쁨예금' 특판을 통해 지난 6일부터 3천626억원을 모집한 상태다.

시중은행들은 그러나 주식시장 조정과 예금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중자금이 예금에서 투자상품으로 몰리는 '머니 무브'(자금 이동)를 되돌릴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주식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는 동안에도 국민은행의 경우 펀드 판매 잔액(잔고좌수 기준)은 10월말 30조954억원에서 22일 기준 31조2천150억원으로 늘어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펀드의 높은 수익률을 맛본 고객들이 은행 금리에는 도무지만족하지 않는다"면서 "은행예금이 빠지는 속도를 줄일 수는 있지만 추세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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