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윤의상·변리사(한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이번 주부터 기말고사기간이다. 저번 주에 제1강좌와 제2강좌는 종강하였고 7,8교시수업인 제 3강좌는 특허법원재판관계로 휴강하였다. 7,9교시학생들에게 미안하여 이번 주 기말고사 후 보강한다고 강의록에 올려놨다. 물론 성적에의 반영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많이 빠질 것 같아서.

중간고사건 기말고사건 시험 때만 되면 학생과 선생은 거리 싸움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교양과목인 경우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학생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공부를 덜하고 학점은 좋게 받아볼까 하며 머리를 쓰려 할 것이고 선생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열심히 수업 듣고 공부 열심히 한 학생에게 학점을 잘 줄 수 있는 문제를 낼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내 개인적인 방법은 미리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말해 두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한 농담도 시험문제에 날 수 있고 특히 여러 번 판서하는 한문은 알아두는 것이 좋다고. 과목 자체가 산업재산권 전반에 대한 기초지식과 권리형성과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라 사실은 한문도 많고, 법적인 것을 공부 하는 것 이여서 딱딱한 수업이 될 것 같아 가능하면 지난 20여 년 간 처리해본 일을 많이 설명해 주고 관련된 농담도 할 때가 많다. 이에 대한 농담 중에서 한두 개는 중간고사건 기말고사건 시험문제로 출제한다. 열심히 들은 사람들만 알 수 있게. 어떤 경우에는 관련 세미나에 참석시키고, 그날의 선물을 문제로 내 보기도 하였다. 물론 기본 점수 문제로 낸다. 또 학생들에게 객관식으로 시험을 치루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기본점수 문제는 3~4지 선택행, 그리고 나머지는 5지, 6지, 7지선다형으로 폭을 넓혀 변별력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유롭게 기재하는 서술형 문제를 낸다.

어떤 경우에는 A4용지 반 페이지 되게 관련된 글(어쩌면 소설)을 써 놓고, 공부 내용과 틀린 단어, 또는 문장을 찾아 바로 잡는 것을 문제로 내 보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수업 내용은 상당히 좋은데 학점 따기는 힘든 과목이라고 소문이 나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어떻하랴. 학생들은 많고, 평가는 상대평가인걸. 하긴 어떤 교수는 아예 컨닝 페이퍼를 만들어 와도 좋다고 해 보았단다. 조건은 A4용지 한 장으로, 그리고 시험 후 답안지와 같이 제출하도록 했단다. 잘 만든 컨닝페이퍼를 제출한 사람은 보너스 점수를 준다는 추가 조건을 내걸기도 하고. 학생 입장을 고려하여 컨닝 페이퍼를 만들고 그것으로 보너스 점수를 얻으려면 어차피 옮겨적는 공부라도 할 것이라는 그 교수의 배려도 좋은 방법 같아 보였다. 물론 학생 입장에서는 굉장히 환영했겠지만, 그 교수가 시험문제를 컨닝페이퍼로 해결하도록 낸 것은 물론 아니다. 전혀 엉뚱하고, 응용 가능한 문제만 냈으니까. 나도 다음 학기에는 고려해 봐야겠다.

지난 학기 기말고사에는 이런 문제도 보았다. 필자 과목의 앞 과목시험문제인 듯한 것이 교탁 안에 한부 있기에 보니 전공 문제인 것 같아 보였다. 2번부터 문제는 영어로 되어 있고 수치나 표 등으로 보아 공대 문제인 듯 한데 1번문제를 보고 웃어야 할지, 요즘 세대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얼마나 학생들이 한문을 모르고 공부하기에 낸 문제인지. 그 문제는 충북 청주시 개신동산 48번지 충북대학교 공과대학 XX과를 한문으로 쓰시오. 라는 것 이였다. 학생들이 한문 공부를 안하기는 안 하는 모양이다. 하긴 지난 달 법대 교수와 로스쿨 문제로 만날 일이 있어 이러한 이야기를 하니 그 교수 왈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 교수도 교양 과정으로 공대생들에게 강의하는 것이 있어 통상적인 방법으로 학과, 학년, 과, 성명을 답안지 위에 한문으로 인쇄한 것을 사용하니 이름을 쓰지 않은 학생이 한둘이 아니였다고 한다. 왜 이름을 안 쓰냐고 하니 어디다 써요? 하더란다. 내년 부터는 한문 공부를 더 하게 해야겠다. 내 과목이라도....그나저나 기말 고사는 어떻게 출제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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