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선병원 정신과 한병진

부부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어머니가 아들에게 그러했듯이 위로와 지지를 받기위해 남편은 아내를 필요로 하고, 아버지가 딸에게 하는 것처럼 권위 있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인을 받아 자신이 옳다는 긍정적 믿음을 갖기 위해 아내는 남편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내의 위로와 지지, 또는 남편의 인정(認定)함이 결핍된다면 부부관계에서 보람과 활력이 점차 사라지게 되고 "결국 좋아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 자식 때문에 산다"는 말을 하며 살게 되고 우울증과 화병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자식들이 부모 곁을 떠나게 되고 부부만이 남게 되면, 오랫동안 긍정적 감정을 주고받지 않아서 이제는 부부간의 대화와 감정을 교류하는 방법조차 잊어버린 아내와 남편은, 서먹하고 불편한 감정마저 느끼게 되고 여러 모임을 만들고 놀이감을 찾으며 서로에게서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회피할 방법을 찾습니다.

위와 같은 많은 부부들의 삶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긍정적 측면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혼생활은 부부에게 매우 많은 크고 작은 일을 경험하게 만드는데, 남편과 아내는 상대방의 의견과 행동을 관찰하면서 서로에게서 다양하고 세밀한 감정과 판단을 느끼게 되고, 기분을 상하게 하기 싫어 참다가 자신의 감정과 판단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의견 차이를 대화를 통해 이해하게 되는 것은 사실 어렵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근본적으로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남자는 전체적인 상황을 바라보고 많은 것을 고려하는 무의식적인 속성이 있고, 여자는 앞에 놓인 상황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무의식적인 속성이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무의식적인 남자의 속성에 따라 다양한 고려만을 잘 하는 남자와 무의식적인 여자의 속성에 따라 좁게만 잘 생각하는 여자가 서로 의견을 교환하려 할 때, 여자는 넓게 생각하지만 명쾌하게 생각하지는 못하는 남자의 태도를 답답하게 느끼고 남자는 하나만 생각하고 판단한 채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말하는 여자의 태도에 대해 짜증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전체적인 상황을 생각하느라 여자가 판단하여 말하는 부분의 판단을 보류한 남자는, 이미 단정적으로 판단을 한 여자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여자의 태도에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며 여자의 의견에서 모순점을 찾아내고 화를 내게 됩니다. 또한 여자는 그런 남자의 태도에 대해 '우유부단하다'

'판단력이 부족하다' '여자가 뭐라고 하면 무시하고 욱하고 화부터 낸다'는 말을 하며 대화를 중단하게 됩니다.

대화를 잘하려면 상대방과 자신의 장점과 약점을 분명히 구분해서 약점보다는 상대방의 장점을 바라보고 상대방의 약점을 답답해하지 말고 도울 줄 알아야 합니다. 남편은 지금의 상황과 앞으로 예상되는 상황, 그리고 고려해야 할 요소를 여자에게 설명하고 여자에게 자신이 판단하기 어려운 하나하나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옳은지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 아내는 남편의 설명을 통해, 여자가 혼자 능력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그런 전체적인 상황에 맞게 판단해서 명쾌하게 말을 해야 합니다.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은 아내의 장점이 남편에게 미치는 유익함을 과장되지만 분명하게 전해주는 아주 좋은 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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