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곳곳 위험 노출… 안전조치 허술"

중국교포 김칠성씨(61· 가명· 조선족).

그는 지난 10월 초 하이닉스 현장에서 근무하던 중 오른쪽 다리가 맨홀에 빠지는 안전사고로 심한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다.

사고가 발생한지 석달이 가까워오지만 그의 무릎과 정강이에는 채 떨어지지 않은 상처딱지와 멍 자욱이 선명하다.

그의 상태는 이처럼 얼핏 보아도 심각한 상태지만 사고 당시 산업재해로 처리되지 않았다. 산재신고를 하면 강제출국을 당할 수 있다는 주위의 엄포 때문이었다.

합법적인 취업비자를 받은 그였지만 중국돈으로 24만여원(우리나라 4000만~5000만원)이나 되는 아들 수술비 마련이 절박한 상황 속에서 출국조치만은 피해야 했다.

결국 자신을 고용한 Y인력회사로부터 치료비 명목으로 반일급 3만원과 치료비 66만원(일급 5만5000원×12일)등 총 69만원을 받고 합의했다.

"반나절밖에 근무하지 않았지만 하이닉스 공사현장 곳곳은 위험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한 경고문이나 안전조치가 너무 허술했습니다. 몇군데 주차장과 같은 녹색페인트를 바닥에 칠해놓았지만 수북히 쌓인 먼지로 구분도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김씨가 배치된 곳은 팹(FAB)동 건물의 3층.

이곳에서 어지럽게 널려 있는 합판이나 자재를 정리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그러던 중 지름 40~50㎝ 정도의 맨홀에 한쪽다리가 빠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맨홀 위에 엉성하게 올려진 합판을 무심코 짚은 게 화근이었다. 층간 높이가 8m 정도나 되는 현장에서 추락하면 죽겠다 싶어 한쪽의 기둥을 부여잡았다.

다행히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하는 극한 상황은 면할 수 있었지만 이 사고로 그 자리에서 오른쪽 정강이와 무릎, 사타구니가 퉁퉁 부어오르고 피부가 벗겨지는 상처를 입었다.

그는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찔한 순간의 연속"이었다며 "하이닉스 현장은 특히 안전의 문제를 근로자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으로 떠넘기는 것 같았다"고 근무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하이닉스 현장에서는 자신과 같은 안전사고가 비일비재하지만 산재처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가 사고를 당하기 이틀 전에도 동료인 중국교포 근로자가 윗층에서 떨어진 건설 자재물에 맞아 머리를 10여바늘이나 꿰매는 사고를 당했다.

누가 어떻게 다쳤다는 소식이 ‘쉬쉬~ ’하며 뒤늦게 들려오기 일쑤였지만 대부분 인근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거나 며칠 입원치료하는 게 고작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달 후 또다시 하이닉스 현장에 파견돼 하루종일 근무하게 됐지만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형 안전사고(10월 22일)가 발생한 이후에도 작업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화된 것이라곤 건물 바깥에 주황색(김씨는 '귤색'이라고 표현함) 옷을 입은 안전요원 2명이 배치된 정도였지만 그들이 건물 내부에 들어와 인부나 작업환경을 살피는 일은 없었다는 것.

외국인노동자인권복지회 안건수 소장은 "최근 6개월 만에 무려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하이닉스 청주공장 건설현장의 작업환경은 그 어느 곳보다도 열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노동부가 건설사의 안전조치 위반사항과 보완조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실제로 적발한 내용이 없거나 아니면 건설사의 안전불감증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성아기자 yisunga@

▲외국인 노동자 김칠성씨(가명 왼쪽)가 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 증설현장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안전관리 허술로 인한 산재사고 빈발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증언하고 있다. /노수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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