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앙 예지력 뛰어나

황금 돼지해 병해년이 지나가고 무자년 쥐띠 해가 밝아왔다. 올해의 주인공인 쥐띠 는 사교성이 뛰어나고 근면하고 검소한 습성으로 옛 조상들의 설화에서 확인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흑사병을 옮기는 감염체이자 지저분함과 더러움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따라 쥐에 얽힌 오해와 숨어있는 이야기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무자년 띠 풀이

2008년 무자년(戊子年) 쥐띠 해가 밝았다. 10천간(天干) 12지지(地支)를 배합해 햇수를 구별하는 간지법에서 띠 동물은 자축인묘(子丑寅卯)로 시작하는 지지로 표시하며, 무자년에서 자(子)는 바로 '쥐'를 의미한다.

쥐는 간사함의 상징처럼 통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쥐띠 해를 풍요와 희망, 기회가 드는 때라고 의미를 부여했으며,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난다고 했다. 예로부터 쥐띠 생은 사교성과 함께 근면하고 검소한 습성을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쥐가 풍요 혹은 다산이라는 이미지와 연결되는 이유는 그 왕성한 번식력에 있다.

쥐가 일상생활에 끼치는 해는 크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어 신령스런 동물로 간주되기도 했다. 서구 영화에서 지진 발생이나 화산 폭발 등의 자연재앙을 예고할 때 쥐가 떼지어 나타나는 장면을 만나게 되는데 쥐가 갖는 예지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쥐는 어려운 여건을 딛고서 살아남는 근면한 동물이다. 재물이나 다산,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으로 우리네 민간전승에서 두루 나타난다.

12지지의 하나로서 쥐를 활용하는 전통은 이미 신라시대에 농후하게 나타나는데, 김유신 묘라든가 민애왕릉과 흥덕왕릉 등지에서는 쥐를 형상화한 띠 동물상을 무덤 주위에 두르기도 했다. 흥덕왕릉 12지신상 중에서 쥐만이 유일하게 천의를 걸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조선시대 들어와서는 쥐의 생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쥐 그림이 많이 전한다. 들에서 수박이나 홍당무를 갉아먹고 있는 쥐를 묘사한 그림은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는데 율곡 이이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그린 수박과 쥐 그림은 이런 경향을 대표한다. 겸재 정선 또한 '서투서과'라 해서 같은 소재를 한 그림을 남기고 있다. /홍성헌기자 adhong123@

설화 속의 쥐



△12지신중 하나인 쥐를 형상화한 그림.
쥐에 관한 문헌는 고서고금을 통해 수없이 많다. 쥐는 사람이 먹는 것은 무엇이든 잘 먹는 잡식성 동물로 전세계의 쥐는 약 8000억 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쥐에 관한 이야기는 중국의 은, 진, 한 이후의 여러 책과 우리 나라의 '삼국유사'를 비롯해 여러 잡서와 세시기 등에 수록되어 있다. 민간에서 전해오는 쥐의 설화 몇 편을 살펴보자.



△ 12지간 중 쥐가 가장 맨 처음인 이유

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고자 했다. 그 선발 기준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부터 그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각 짐승들은 기뻐하며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한 훈련을 했다. 그 중에서도 소가 가장 열심히 수련을 했고 쥐가 도저히 작고 미약한 자기로서는 먼저 도달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그 중 제일 열심인 소에게 붙었다.

소가 가장 부지런해 제일 먼저 도착했으나, 바로 그 순간에 소에게 붙어 있던 쥐가 뛰어내리면서 가장 먼저 문을 통과했다. 쥐가 십이지의 첫머리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미약한 힘을 일찍 파악하고 약삭 빠르게 꾀를 쓴 때문이었다.



△ 효자 쥐

어느 불효하는 딸이 부모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항상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딸이 자기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새끼 쥐 한 마리가 벽장에서 나왔다. 이윽고 한 마리의 어미 쥐와 새끼 쥐를 데리고 왔다. 새끼 쥐 두마리가 쌀알을 날라 어미 쥐 앞에다 놓았다. 어미 쥐는 입으로 여기저기 쌀알을 찾으면서 허둥지둥한다. 그 어미 쥐는 장님 쥐였던 것이다. 이것을 바라보고 있던 딸은 크게 감탄하고 그 이후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 쥐의 둔갑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생겼다. 부엌에서 얼굴도 음성도 몸매도 꼭 같은 며느리가 같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나 똑같아서 어느 며느리가 진짜이며, 어느 며느리가 가짜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어서 가족들은 야단들이었다. 본인들도 서로 제가 이 집의 진짜 며느리라고 우겨대니 더욱 알 수가 없게 되었다.

가족들은 두 며느리를 방에 불러들여 여러 가지로 질문을 했으나 가짜를 골라낼 수가 없었다. 집에서 쫓겨난 진짜 며느리는 울면서 정처없이 길을 떠났다. 얼마쯤 가다가 대사님을 만났다. 며느리는 대사님이 시키는 대로 고양이를 구해다가 몰래 집에 들어가 방문을 열고 집어 넣고 문을 꼭 닫았다. 잠시 후 방 안에서는 후다닥거리며 이리 닥치고 저리 닥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쥐의 비명이 들렸다. 며느리가 방문을 열어 보니 가짜 며느리가 죽어 쥐가 되어 고양이 발밑에 깔려 있었다. /홍성헌기자 adhong123@

현실 속의 쥐

뉴욕시 센트럴 파크를 둘러싸고 있는 5번가 리틀 부부는 아들 조지를 위해 스튜어트라는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새앙쥐를 데려온다.

조지는 어린 남동생이 오지 않고 스튜어트가 집에 오자 매우 실망하지만 이내 그 둘은 남부럽지않은 형제애를 과시한다.

이렇듯 애니메이션 속 쥐는 꾀가 많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쥐는 다르다.

서양에서 쥐는 14세기 전 유럽을 페스트(흑사병)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을 죽게 만들어 공포의 동물로 지저분하고 더럽다는 이미지가 강해 각종 전염병을 옮기는 감염체로 인식된다.

중국 후난성 둥팅호 일대는 지난 7월 폭우로 인해 20만마리의 들쥐떼 창궐로 엄청난 피해를 겪기도 했듯이 한국의 경우도 쥐는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박멸의 대상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됐던 쥐잡기 운동이 그러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쥐는 병을 옮기기도 하고 곡식창고에 숨어들어 각종 곡물을 갉아먹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던 만큼 닥치는대로 먹어치우고 번식력까지 강했기 때문에 쥐잡이용 기구나 쥐약까지 퇴치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천적인 고양이부터 쥐덫, 쥐약, 쥐끈끈이까지 쥐가 다니는 길목이나 먹이를 고려한 다양한 쥐잡이 도구들이 속속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쥐는 현실과 이상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는 동물이다.

쥐에 대한 인식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명확히 구별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활에서 좋든 싫든 인간과 함께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안순자기자 asj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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