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냄:<신년 특집: 지역 원로와의 대담>

"사회 분위기 새로워지는 첫 해 되기를..."

다가 올 총선에서 지조없는 사람, 급조된 출향인사 발 못 붙이게 해야

지난 대선 결과는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 준 것

직지 세계화가 지역 현안 돼야...연구소 설립 절실

바이오 산업 육성 구두선(口頭禪)으로 끝나면 안 돼

-유성종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총장





우선 선거얘기부터 꺼냈다. 신년 대담이라고 틀에 박힌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손에 잡히는 현안부터 묻자는 심산으로 오는 4월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명쾌하게 나왔다.

"두 가지 중요한 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새로 여당이 되는 한나라당과 새로 야당이 되는 지금의 여당이 골고루 뽑혀야 한다는 것이지요.

권력이라는 게 언제나 적정한 견제 세력이 있어야 하는 건데 충북의 경우 지난번 싹쓸이로 나타나 아쉬웠습니다.

또 하나는 늘 주장해 온 것이지만 지조없고 신의없는 사람, 당(黨)을 이리저리 바꾸는 바람에 이념·정강이 없는 사람은 절대 뽑아선 안 되죠. 여기에 전과자, 급조된 애향인사가 발 붙이는 것도 막아야 합니다".

내친 김에 지난해 가장 큰 이벤트였던 대통령선거에 대해서도 물었다. 역시 작심한 듯 머뭇거림없이 할 말을 쏟아냈다.

"정책대결을 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BBK사건(주가 조작 및 공금횡령 의혹 사건)'이라는 네거티브(비방·비난)로 시종일관한 것이 잘못됐습니다.

여당이 국민의 여망을 몰랐던 것인데 지금이라도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깨달아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을 무효화 하고 떠나야 합니다(특검법은 인터뷰 직후 2007년 12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 효력이 발생됐다) .

그것이 정치도의고 여당은 그것으로 새 대통령의 안정된 국정수행을 막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안 되면 4월 총선에서 지금의 여당은 또 한 번 혹독하게 심판받을 것입니다". 매서운 조언이다.

이쯤해서 올해 소망이 무엇이냐고 넌지시 물었다. 정치권에 대해서는 매서운 일갈을 던지던 원로는 소탈하며 무거운 짐을 벗어놓 듯 말했다.

"나이 먹은 사람이 무슨 소망입니까. 다음달이면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교 총장 직에서 물러나 유직(有職)에서 무직(無職)의 생활로 바뀝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못했던 책읽기와 EBS(교육방송)라디오의 외국어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요. 거기에 힘이 있으면 복지관에 나가 심부름하기 등으로 일상생활이 순조롭게 자리잡기(定置)하길 바랄 뿐이죠".

나이 70이 넘게 지역에서 지역민과 애환을 같이 한 원로가 갖고 있는 쥐띠와의 인연은 무엇일까. 호기심으로 물어봤더니 여기서도 날카로운 답변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띠 관념이 없어서 쥐띠 해라고 특별한 얘깃거리는 없습니다. 굳이 들자면 쥐띠 해인 자(子)년은 처음, 첫 해라는 뜻인데 새 대통령의 첫 해, 총선으로 바뀌는 첫 해, 그리고 모든 사회 분위기가 새로워지는 첫 해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처럼 대통령 임기를 옛날 군왕의 연호처럼 착각하는 작명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민주국가의 대통령이 자기 임기를 무슨 신기원처럼 '○○정부'운운하는 것은 교만의 소치입니다(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최근 자신의 정부에 별도 명칭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과거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그때까지의 군사정권과 대칭되는 문민의 정부라는 뜻이지 고유명사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선 구성원 모두가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하는 법. 그래서 올 한 해 모두가 편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치단체, 기업, 개인이 어떻게 하는 게 좋으냐고 물었다.

"자치단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개발을 확실히 하고, 기업은 새 정부의 개방적이고 전진적인 경제 활성화 정책을 어떻게 능동적으로 수용할까를 고민하면서 개인은 움추렸던 마음을 활짝 펴기를 기대합니다".

이런 걸 토대로 충북, 나아가 충청권이 어떻게 변화되길 바라느냐고 의견을 타진했다. 그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충북은 이제 행정중심복합도시 타령에서 그만 벗어나야 합니다. 괜히 그것에 취하고, 큰 이익이나 있는 것처럼 호들갑 떠는 걸 그만둬야 합니다.

다행히 충북이 경제도를 꿈꾸고 그것에 매진하고 있는만큼그 성과 창출이 기대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정치적으로 지역당을 만들고, 그래야 충청인이 대접받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이 조그만 땅에서 어디가 그러니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나가면 국론통일과 사회통합을 이룰 수도 없을 뿐더러 균형발전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단계 더 발전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모자라는 걸 보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충청도민들은 장점이 많은 반면 단점도 적지않다. 지역발전을 위해 충청인들이 개선해야 할 점, 아쉽고 부족한 건 뭔지 짚어달라고 했더니 직지(直指)를 우선 꼽았다.

"직지의 세계화가 아쉽습니다. 지금 직지의 세계화를 위해 많은 사람, 여러 기관이 애쓰고 있는게 고맙지만 일시적이고 한정적인 활동으로는 모자란다고 봅니다.

독일의 구텐베르그로 도배되다시피 되고 있는 세계문화사를 직지로 바구려면 7개 이상의 외국어로 번역해 그 나라의 주요 연구기관, 대학, 공공도서관에 배포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연구 업적에 따라 5~7년 단위로 반복, 세계의 문화물로 축적해야 합니다. 당연히 직지연구소도 세워야 합니다.

이 참에 충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산업도 손질할 게 있다고 봐요. 바이오는 연구실에서 나온다는 엄연한 사실을 알고 충북대학교 같은 연구 조직에 파격적인 연구비를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바이오 산업 발전이 구두선(口頭禪)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원로의 한마디 한마디는 날카롭고 정확했다. 그 날카로움 속에 혜안(慧眼)이 있었다.

유 총장은 지난 2004년부터 총장으로 재직, 오는 2월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2007년 5월 교육경력 50년을 맞았으며 지금도 지역민들 사이에서 '올 곧은 사람' '철학이 있는 교육자'로 불리우고 있다. /박광호기자 sons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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