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실험동물연구센터 탐방

▲ 충북대학교 실험동물연구지원센터.

의학발전ㆍ동물보호 '한번에 OK'

부지런함과 다산(多産)으로 상징되는 무자년(戊子年) '쥐의 해'이다. 60갑자 12지간지 중에서 쥐가 제일 앞자리에 놓이게 된 우화는 작지만 번뜩이는 쥐의 재치를 보여준다. 2008년 새해에 쥐와 하루를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편집자 주>



▲충북대학교 실험동물연구지원센터 연구원들이 의약품 등의 성분 효능을 쥐에게서 찾고 있다.
하루종일 쥐와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충북대학교 실험동물연구지원센터(이하 센터) 연구원들. 이들은 의약품과 화장품 등을 개발에 필요한 독성실험과 성분의 효능을 동물에게서 찾고 있다. 이들과 주로 생활하는 동물은 쥐과의 일종인 설치류를 비롯 개, 고양이, 닭 등이다.

그중 실험용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쥐다. 체구가 작고 무게가 가볍운 데다 비교적 적은 공간에서 사육과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설치류 중 렛뜨(Rat), 마우스(Mouse), 기니피그(Guinea-pig) 등이 해당한다.

레뜨는 흔히 실험용 쥐로 불리는 '흰쥐'를 말하며 '기니피그'는 렛뜨나 마우스보다 몸집이 10배 이상 크다.

연간 1만여마리의 설치류를 실험하고 있는 센터는 이범구 교수(충북대 수의과대학)를 주축으로 연구지원팀(지형진·윤지영·이태희·최옥남)과 시설관리팀(김두묵·송재문), 사육관리팀(채희열·조경석·강미현·김주환) 등으로 나뉜다.

이곳에서는 그렇다고 업무영역이 정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원 모두가 수시로 동물들의 상태와 쾌적한 환경조건 조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필요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 입장에서야 실험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죠. 동물애호가들도 용납하기 힘든 부분일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생명'과 '의학발전'이라는 거시적인 틀 속에서 어느 정도 그들의 희생은 불가피합니다. 안타깝지만 저희들은 이런 측면에서 동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연구원들은 동물의 권리보호를 '3R'로 요약한다.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게 첫째요, 실험과정에서 연구원들의 섬세한 배려와 신중함으로 희생을 최소화하는 게 둘째다. 동물이 아닌 세포줄기배양 등으로 실험소재를 대체하는 게 마지막 세 번째다.

이처럼 섬세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는 연구원들의 하루일과는 바쁨의 연속이다. 오전 9시에 출근, 30여분동안 일과를 계획한 다음 곧바로 3층 동물실로 올라간다. 이들을 위해 1~2시간 물과 사료를 주고 온도와 습도 등을 체크한다. 설치류의 경우 어두운 곳을 선호하기 때문에 놀이겸 자신의 몸을 숨기려는 본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깔집(톱밥 등을 바닥에 깔아주는 것)을 툼하게 깔아준다. 동물도 사람처럼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한시적 기간이나마 배려해 주기 위함이다.

쥐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한 부분을 제공해주고 나면 오전 11시30분 정도. 다시 사무실로 내려와 서류정리 등 일반업무를 보다보면 금새 점심시간이다. 한시간의 점심시간을 보내고 난 오후에는 대부분 각 실험단계별 상태를 체크하고 관찰과정으로 이어진다.

"가능하면 자연상태 그대로를 조성해주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음악을 틀어주면 심리적으로 안정된다고 하는데요, 저희들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육실은 조용함을 기본으로 온도와 습도, 바람 등을 골고루 맞춰주고 있어요."

연구원들은 동물의 무분별한 실험남용과 동물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연구원들은 올해부터 개정된 '동물보호법'을 적극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실험윤리위원회(제14조)를 비롯, 자칫 위원회가 형식적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도 앞선다. 시행령 규칙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데다 위원회 구성인원, 애매모호한 자격들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화장품 성분을 테스트하는 데 동물실험을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그만큼 종류를 망라해 사람처럼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이런 차원에서 법을 개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동물입장에서 바라보는 디테일한 조항들은 보완돼야 할 부분입니다."

쥐의 해를 맞아 동물들의 권익보호에 보다 노력하겠다는 연구원들. 그들의 양손에는 '의학발전'과 '동물보호'라는 무거운 책임이 놓여있다. /이성아기자·사진=노수봉기자





미니인터뷰 / 쥐띠 연구원의 쥐와의 동거(사진)

강미현 연구원, 감정이입은 금물...정확한 보정 등으로 스트레소 줄여



"달달달~, 달그락 달그락~."

충북대 부설 실험동물연구지원센터 쥐 사육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정체모를(?) 소리들이 들려온다. 설치류들이 사료를 데굴데굴~ 굴려가며 먹는 소리다. 잠시도 끊이지 않는 이 소리가 차라리 구수하게 들리는 사람이 있다.

원광보건대에서 임상병리학을 전공한 쥐띠 연구원 강미현(24)씨. 무자년 새해를 맞는 마음은 그녀의 마음은 남다르다.

"처음에는 쥐라는 선입견에 징그럽기만 했어요. 만지는 것도 힘들었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은 그놈(?)들을 제지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이 여기저기 손을 물어 성한 데가 없었지요.(웃음~)"

지난해 5월 센터 연구원으로 입사하는 강 연구원은 이제 제법 약물투여와 채혈, 보정(잡고, 만지고, 들어올리는)에 익숙하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떨 때 예민해지는지 훤하게 꿰뚫고 있다.

그녀는 의학서적에서 이론적이고 학술적으로 접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곳 센터에서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에 아주 만족해한다. 매일 과정이 흥미진진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센터 연구원 중에서 유일하게 쥐띠인 그녀는 '쥐가 쥐를 돌본다'는 주위 놀림을 받기 일쑤다.

그래도 그녀는 쥐들이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편안한 생활을 배려해주고 싶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간을 맞춰 물을 주고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가스 상태 등을 체크한다. 조금의 이상이라도 있을라치면 곧바로 선배들과 의논해 조치를 취한다.

그런 그녀가 요즘 제일 힘들어하는 게 있다. 바로 새록새록해지는 쥐들에 대한 '사랑'이다.

"연구원은 동물에게 감정을 이입하면 안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들과 눈을 맞추지 않아요. 정이 들면 마음이 흔들려 냉정한 실험과 관찰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후에도 몇 번씩이나 쥐 사육실을 들락거리는 그녀, 쥐와 관련된 속담을 아느냐는 가자의 돌발질문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을 쥐가 듣는다"고 즉답하는 그녀에게서 쥐의 장점인 순발력과 재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성아기자·사진=노수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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