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운 융성의 새 시대를 여느냐, 못 여느냐가 판가름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신년사에서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삼자"고 말했다. 정치지도자의 뜻이 이처럼 강력하고 국민도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 합심해서 노력한다면 못 이룰 것도 없다. 우리는 이미 태안에서 희망을 봤다.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한 태안반도는 불과 3주일 만에 자원봉사자가 50여만 명이나 몰린 덕분에 빠른 속도로 예전 모습을 되찾고 있다. 우리는 꼭 10년 전의 환란 때에도 장롱 깊숙이 처박아 두었던 돌반지까지 모아 나라 곳간을 채운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하지만 우리가 선진국 문턱만 맴돈게 벌써 10여년이다. 그 이유는 고장난 성장동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니 일자리가 창출될 리 없고 고용이 불안한데 사회가 온전할 리 없다. 이 당선자는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간파하고 벌써부터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대선 다음날 가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 것 자체로 투자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이 전국경제인연합회로 직접 달려가 재벌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투자를 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분들이 존경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이 당선자는 새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시화연풍(時和年豊)을 제시한 것도 국정 운영의 초점을 경제에 맞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말로만 하는 투자 촉진은 아무 도움도 안 된다. 무엇보다도 규제의 칼을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는 공무원들의 인식부터 확 바꿔 놓아야 한다. 그래서 기업인과 노동자들이 다시 한 번 신명나게 일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참여정부도 경제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으나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와 권위주의 타파라는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그 공과는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하겠지만 두 달도 안 남은 임기는 깔금한 마무리로 장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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