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재영ㆍ전 청주고 교장ㆍ칼럼니스트

▲ 김재영ㆍ전 청주고 교장ㆍ칼럼니스트
봄비가 내리고 있다. 뒤 늦게 핀 철죽이 낙화되어 뜰 앞에 지천이다. 수구초심(首邱初心), 마음은 또 고향으로 달려간다.

고향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분이 어머님의 모습이다.

우리는 모두가 굽이굽이 역사적인 격동기를 살아왔고, 고향을 떠나는 아들의 건강을 비는 어머니의 마음과 모습이 클로즈업되어 떠오른다.

지난 세월을 살아온 노·장년층에 애송되는 '비 내리는 고모령', 고모령의 산마루턱에서 정처 없이 고향을 떠나는 아들을 배웅하는 어머니의 애절한 모습, 차마 떨어지지 않는 손을 놓고, 헤어지는 모자간의 애절한 이별의 장면이다.

고모령은 40년대에는 일제치하에 징용이나 징병으로 사지로 끌려가는 아들과 어머니가, 50년대에는 동족상쟁의 6.25전쟁의 참화 속에 전쟁터로 떠나는 자식을 보내는 어머님과의 이별의 장(場)이요, 60년대는 피페한 농촌을 떠나 도시로 떠나는 아들과 어머니가 헤어지던 고개였다.

그 노래를 불렀던 국민가수 현인씨도 오래전 우리 곁을 떠났다.

현인씨는 투병과정에서 그 처철한 모습을 펜들에게 보이지 않은 채 밝게 웃는 모습을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났고, 미망인은 마지막 떠나는 현인 씨의 시신에 키스를 하며 영원히 사랑하노라고 작별을 고(告)하여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고모령은 우리 모두의 고향의 언덕이요, 고모령을 넘든 아들은 지난날 우리 모두의 아들의 모습이었다.

불교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지는 고통을 애별리고(愛別離苦)라고 했다. 사랑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요 숭고한 것이다.

사랑하면 할수록 헤어짐의 고통은 더욱 크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고모령 에서는 아들을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모습은 계속되리라.

오늘, 고모령의 고갯길에는 잡초만이 우거지고 인적이 끈긴 채 산새들만 지저귀며 저 멀리서 경운기를 타고가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5월 가정의달, 이제 어버이날을 맞는다.

그 옛날, 증자(曾子)는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당연히 그리해야 할 일(父慈子孝)'이라고 했는데 농촌에는 나이 드신 어머님만 남으시어 객지의 자식이 성공하고 건강하게 생활하기를 빌며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

바쁜 생활일지라도 고향에 안부 전화 드리는 아들의 모습이 보고 싶다. 내 어머님께서는 9년전 7남매를 남겨두고 우리 곁을 떠나셨으니 숙수지공하지 못한 불효가 한(恨)으로 남는다.

또 계절이 바뀌나 보다, 꽃 떨어지고 신록이 푸르러 가니 무정한 게 세월이요, 덧없는 게 인생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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