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 조동욱 충북과학대 교수

해도 해도 너무한 일들만 일어난다. 돈 때문에 내연의 관계를 맺어 온 여자를 죽인 것도 모자라 아무 죄 없이 자기를 따르던 그 순진한 어린 꽃봉오리들을 무참히 꺽어버린 이호성씨사건. 결혼하자고 속여서 돈 뺏고, 마음 뺐고 한 발 더 나아가 목숨 뺏고 그것도 모자라 온 가족을 몰살시켜 버리는 그 잔인함에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리 되었는지 한숨만 절로 나온다. 목 조르고 망치로 치고… 결혼 할 생각이 전혀 없으면서 마치 결혼 할 것처럼 마음을 산 뒤 저지른 이 잔인한 살인 사건에 잠을 못 이룰 정도면 말 해 무엇 하랴.

그러더니 기어코는 실종된 안양어린이 둘이 처참한 시신으로 돌아 온 정모씨사건. 그리도 오랜 기간 진정이 들어갔건만 이를 간과한 경찰이 야속하기만 하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직접적인 이유야 이호성씨와 정모씨가 지니고 있는 잔혹성이었겠지만 이에 맞춰 더불어 살아야만 하는 우리 사회가 이리 된 것에 대해 심도 있는 반성과 회개가 있어야 할 것 같다.

하기사 가정조차 사랑이 메말라 버렸다. 남편과 자녀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며 새벽기도를 다녔던 우리들의 어머니들은 이제는 조금만 기분 나쁘면 이혼하겠다고 나선다.

자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것 같고 한참 뛰놀아야 할 어린 아이조차 인성보다는 지식습득을 위해 이 학원 저 학원을 전전하는 모습 속에 한숨만 절로 나온다.

학교 현장도 지식전달과 성과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교수들에 대한 강의 평가를 등수 매겨서 공개하는 것이 교육개혁이고 정말 잘 된 일이라는 식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 인성 교육은 말해 무엇 하랴.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강의보다는 신입생 모집 다니라고 뻐젓이 말하는 대학의 長, 연구 보다는 학생들 취업 시키러 다니라고 강요하는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은 물 건너간 것 아닌가 싶다. 신입생 모집과 취업 등 모든 책임을 교수에게 떠넘기는 분위기속에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어디 교육 현장만 그런가. 사회를 위해 눈물의 기도를 해야 하는 교회조차 얼마나 비즈니스화 되어 있는 지 가관이다.

그런 문제를 지적당하면 피눈물 흘리며 회개하고 기도해야 할 교회가 종교탄압이라고 신문에 버젓이 그리도 크게 광고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다 못해 교회 다니는 내 자신이 한심하기까지 하다. 목사님들의 호화 주택, 고급 승용차, 교회 세습등의 모습을 보며 이 사회가 그래도 돌아가고 있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인성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정, 학교, 교회가 이럴 진데 다른 건 말해 무엇 하랴 싶다.

총선을 앞두고 접하는 뉴스등도 좋은 이야기는 별로 없고 엽기적인 말장난과 싸움만 보인다.

개혁 공천한다고 해 놓고 실제 공천은 우리들을 가지고 노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공천 결과를 접하며 지들끼리 가관일 정도로 싸우고 난리가 아니다. 그저 정치권은 원래 그런 집단이려니 하긴 하지만 그래도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들은 안중에도 전혀 없으면서도 그저 표를 노리고 사랑한다고 거짓말하여 표 뺏고 나중에는 우리들의 마음을 짓밟고 때리고 망치로 치는 형태가 이호성과 다른 게 하나도 없다.

가족들을 위해 가장이 있고 우리들을 위해 정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우리들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을 위해 힘들게 벌어 세금 내고, 권력 주고 그러면서도 그들이 휘두르는 정책 속에 비명 한 번 못 내고 죽을 수도 있다. 정치인들이 출연하는 방송 토론회를 보고 있노라면 빤한 말장난들을 어쩜 저토록 심각하고 근엄하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든다. 가정, 학교 현장, 교회의 썩은 모습, 정치인의 싸움질 등 이 모든 것이 이호성과 정모씨를 만든 필요 충분조건 아니었나 싶다. 사람이 싫다. 세상이 싫다.

/ 조동욱 충북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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