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泰淳 칼럼>서울본부 취재국장

오늘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날이다. ,경제대통령,를 표방하고 있는 이 대통령의 시대가 막이 오른 것이다.

광복 이후 이승만 정권을 시작으로 열 번째 정권의 출발이다. 새로운 출발은 언제나 가슴 벅찬 기대와 희망 그리고 용기를 갖게 한다.

연 7% 경제성장, 10년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 진입이라는 이른바 ,7.4.7,깃발을 높이 든 정부다. 의욕은 좋을지 몰라도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 내외 환경은 딴판이다.

2개월이 넘는 당선자로서의 활동을 통해 그의 면모는 어느 정도 드러났다. ,노명박, 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다변에 직설적인 화법이 그러하고 ,나를 따르라, 는 식의 스타일이 같다는 것이다. 한국정치학회는 설화(舌禍)가 잦다는 점을 들어 이 용어를 공식 거론하기 까지 했다. 역시 말(言)과 인사(人事)가 문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유력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해 언론환경이 우호적인 편이다. 대통령의 실수나 인수위의 잘못도 크게 확대되기보다는 서둘러 진화된다.

,공무원이 시대의 걸림돌, 공개발언이나 남대문 참화 뒤 ,국민성금을 걷자, 는 대통령의 생각 없는 발언 역시 예전 같으면 가벼운 대통령으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을 것이었다.

하지만 청와대 수석에 교수 출신이 많아 ,靑瓦대학, 장관 평균 재산이 39억원에 이르자 ,부자내각, ,땅 투기 내각,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나이가 많아 ,올드보이 내각, 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허니문 기간이 실종된 정도로 ,초대 내각,에 대한 평은 부정적이다.

이 대통령은 존경하는 인물로 도산 안창호, 마하트마 간디를 꼽은 바 있다. 그들의 특징은 행동을 통한 사상 실천이다. 현대의 인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의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박정희의 판단력과 집념, 정주영의 뚝심, 부지런함을 갖추었다고 평한다. 이 당선자는 한 술 더 뜬 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국정운용에 관한 워크숍,에서 "수석도 내각도 6개월,1년 단위로 평가한다"" 수석들은 퇴근 후 술 마실 일 없을 것이다"라고 애기 했다. 기업의 CEO 다루듯 편하게 또 함부로 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사람을 다루는 방식이 좀 특이한 재벌그룹 출신이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받아들여지는 게 달랐을 것이다. 억울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이 대통령의 약점이자 극복해야 할 일이다.

벌써부터 청와대 비서진의 상당수가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일 중독, 에 시달리고 있다는 애기가 들린다.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였다가 한두 번 성공했다고 해서 매번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똥고집에 두 눈 두 귀 막던 독불장군식의 정권을 지켜보지 않았는가.

우려되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 실패한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실패해 본 적이 없다. 정작 대통령이 되어 실패한다면 개인은 물론 나라에 큰 불행이다. 이제 그 불행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먼저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정부로서 임기 끝까지 초심(初心)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어느 정권이든 정부 출범 때는 임기 5년 내내 부단한 개혁을 다짐하곤 하지만 얼마 안가 권력의 단꿈에 젖어 처음의 자세를 잃고 만다.

그 질풍노도와 같던 개혁 열풍이 임기 말이 되면 늘 피로하고 퇴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여러 이유가 있을 터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정책 결정과 인사가 측근 중심의 점조직이 계속되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 대통령이 5년 동안 훌륭한 업적을 남기는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위 장막에 갇혀서는 안 된다. 솔직히 많은 사람은 그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진의 구성이나 그의 주변이 이런 우려를 낳게 만드는 것이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개혁의 눈과 가슴의 높이를 국민에게 맞춰야 한다. 인사에 투명성이 전제 돼야 한다.

오늘부터 이명박 정부가 가고자 하는 길은 분명 새로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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