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손병우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치적으로 국민이 가장 불행한 경우는 언제일까? 자신을 대의할 정치인이나 집단을 찾기 어려울 때이다.

'힘 있는 여당 후보'도, '견제 세력인 야당 후보'도 지난 4년, 혹은 그 전 4년을 겪어 보았지만 공보다 과가 많고, 가치보다 흠결이 더 눈에 뜨인다면 이제 누구를 뽑나? 총선 때마다 느끼는 착잡함이 적지 않다.

선거 방송 토론을 보면 각 당 후보자들마다 지역 현안과 숙원 사업의 해결자를 자임한다. 그대로 되기만 한다면 우리 지역은 정말 좋아지겠군. 그런데 어째서 진작 이루어지지 못한 거지?

후보자 중에는 현역 의원도 있고, 다선 의원도 있는데 말이다. 일단 이런 후보들은 자기가 지역 일꾼이었을 때 지역 사업을 진작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아니면 그럴듯한 변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최선의 후보를 찾기 어려우면 차선이라도, 그것도 힘들면 최악만은 피하자는 심정에 차악의 후보에 신성한 한 표를 행사 하기를 십수년, 유권자들은 그런 대표 선출의 시행착오 속에서 정치 불신감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정치 신인에게 기대를 걸어보면 어떨까?

나중에 속을망정 우선은 참신한 신인에게 자꾸 기회를 준다면 지역 정치인 풀이 넓어지긴 할 것이다.

그런데 신인도 신인 나름이다.

정당 공천에서 밀려 무소속으로 나오지만 당선되면 복귀하겠다는 후보자들도 적지 않으니, 유권자의 주권은 딱 선거운동 기간 동안만 유효한 듯하다.

자, 그렇다면 선거를 거부해야 하나? 아니다. 상황이 가장 좋지 않다고 여겨질 때 역설적으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도 한다.

이제 선입견 없이 후보자들을 대할 수 있게 됐다.

이미지에 현혹되지도 말고, 다선 경력에 휘둘릴 필요도 없다.

우리 유권자들도 초심으로 돌아가 차분한 마음으로 선거 공보를 뚫어져라 살펴보자.

/ 손병우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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