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순칼럼>서울본부 취재국장

이명박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대통령의 국민지지도가 20%대 중반이란다. 취임 직후인 2월말 지지도가 50%대 후반이었으니 국민들이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급격하게 철회하고 있다는 뜻이다.

취임 초 대통령의 지지도가 20%대로 급격히 떨어진 전례는 없는 일이다. 80%대로 높았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비교가 안 된다.

첫 해부터 탄핵 논란에 중심에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같은 시기에 50%는 넘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신임을 잃은 이유는 무얼까, 강부자로 상징되는 각료 인선, 총선 공천파동 및 그 후 정쟁, 쇠고기 파동 등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의 기대는 실망과 분노로 변했다.

무차별적인 전 정부 기관장 밀어내기, 배려와 균형을 잃은 고소영, 코드인사, 해결되지 않은 계파 갈등은 통합을 바라는 국민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들이 실망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부자들의 클럽이라는 데 있다.

재산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재산을 어떻게 취득했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각료들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재산공개에서 평균 재산이 각기 33억원과 35억원에 이른다.

왕국도 아닌 나라의 귀족 같은 부자 내각이 국민한테는 노력과 능력, 경쟁력을 숨가쁘게 강조해대니 감정이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취임 후 이 대통령이 보여준 언행은 직원들의 나태와 무책임을 꾸짖는 CEO나 사소한 일까지 챙기는 공무원주식회사의 사장 같아 보였다. 그이 언급은 공무원에 대해 "국민의 머슴이다. 규제를 없애라, 전봇대를 뽑아라, 라면 값을 챙겨라"는 등 공무원 행동규범에 관한 것이다.

물론 공무원들을 독려하고 경제를 살리자고 애쓰는 것이 잘못 된 것은 아니다. 지금 불만의 초점은 인사 문제를 들 수 있다. 특정 지역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충청권과 호남권이 무대접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역대 정권에서는 지역안배를 했지만 이 정권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청와대 수석의 경우 경북 상주 출신인 류우익 실장까지 합치면 영남이 절반을 넘었다. 또한 청와대의 윤리의식을 들 수 있다. 새 정부 들어 3명의 각료가 낙마했고 이어 사회정책수석이 뒤를 이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것을 펴는 사람이 존경받지 못하면 외면당할 수 있다.

비이성적인 국민감정이라 해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이다. 이번 쇠고기 파동도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해 사태가 더 불거졌다. 쇠고기 자체보다 MB가 너무 잘난 척한다.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안다는 등이 역겨움이 저변에 있다고 봐야 한다. 또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라고 치켜 세우지만 두 사람이 국정 동반자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국민들은 나 홀로 리더십이 아니라 야당은 물론 박 전 대표와도 함께 하는 파트너십도 보고 싶어 한다. 이 모든 것은 이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 자기에 대한 과신, 조언을 듣는 자세 부족 등이 빚어낸 결과다. 정부의 도덕성 기준 국민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 윤리기준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인사검증시스템을 보완하지 않는 한 국민의 마음을 사기 힘들 것 같다. 물론 우리 국민이 너무 조급한 것은 사실이다. 국정을 넘겨받은 지 3개월도 안된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도처에서 분출하는 실망과 분노를 조급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국민의 마음을 바로 읽어야만 이 위기에 벗어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실수를 인정하고 인사와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

김태순 서울본부 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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