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익 칼럼>객원 논설위원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니 '가정의 달'이니 하지만 5월은 뭐니뭐니해도 아카시아 꽃의 달이다.

개나리, 목련, 진달래, 철쭉, 수수꽃다리에 비하면 몇발 늦지만 온 강산이 아카시아 꽃으로 활짝 펴 향기를 피워 올리면 기분이 매우 상쾌해진다.

한적한 시골길이나 도시 외곽도로를 걸으며 동요 ‘과수원길’을 불러본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쌩긋…'

그렇다. 5월의 하늘 아래서는 말이 필요 없다. 하물며 아카시아 향기가 도랑물처럼 흐르는 강산에서랴! 가만히 웃어만 줘도 사랑이 전해져오는 계절이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서 항생제가 잘 듣지 않거나 고단위 항생제를 투여해도 염증에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아카시아 꽃이라는 것. 그만큼 염증개선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카시아 꽃은 염증이 심한 여드름이나 임신부의 부종, 그리고 잘 낫지 않는 만성 중이염 등의 치료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꽃즙은 모든 피부에 좋은 천연의 스킨이다.

특히 염증성 여드름이 있거나 화장독이 심할 때 사용하면 더욱 좋다.

봄철 따가워진 자외선에 노출되어 그을렸거나 탔을 때도 응용하면 효과적이다. 아카시아 꽃뿐만 아니라 아카시아 나무에는 천연의 항암성분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기도 하다.

최근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 센터와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은 아카시아 나무에 함유돼 있는 아비신(avicins)이라는 물질이 이같은 작용을 나타낸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아비신이라는 물질은 '핵 요소-kB'라는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하는데 이 핵요소-kB라는 단백질은 세포에 가해지는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세포괴사 등 면역반응이나 염증이 일어나는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통제하는 작용을 지닌 단백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단백질이 작용하면 세포에 악성종양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아카시아나무의 아비신이라는 물질이 개입하여 발암을 억제한다고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은 밝혀냈던 것이다.

아카시아 나무에 대한 높은 관심은 동양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정세채 교수에 의하면 "동양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아카시아 나무가 잘 낫지 않는 기침이나 기관지염, 위장병,부종 등에 잘 듣고 기를 늘려주는 대표적인 보약인 황기보다 더 나은 보약재로 알려져 있다"고 밝힌다.

지금 멀리서 보면 우암산에도 부모산에도 아카시아꽃이 무슨 꽃 이불을 씌워 놓은 듯하다. 일찍 피어난 곳은 지난밤 비에 꽃잎이 지고 있지만 응달에 핀 꽃은 한창 절정이다.

아카시아는 가시가 많은 나무이긴 하지만, 햇빛과 바람과 물을 만나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그 꽃은 향기를 뿜어 만인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벌을 만남으로써 꿀을 만들어 주고 여러 면에서 인간에게 이로움을 준다.

하얀 초여름, 이 세상 어디에서든 향기 나는 사람, 달콤한 꿀을 만드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가위 바위 보를 해서 깃꼴 겹잎인 이파리를 한잎씩 떼어내며 그냥 향기에 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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