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포럼>유인순 천안수필문학회장

'유방'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성숙한 여자나 포유류 암컷의 가슴 또는 배에 달려 있어서 아기나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기관'이라고 쓰여 있다. 또 '성숙한 여자의 젖을 성적 어감을 담아 이르는 말'이라고도 적혀 있다.

예전에는 특별하지 않는 한 거의 모유를 먹였다. 나도 세 아이를 젖을 먹여서 키웠다. 아기가 젖을 먹을 때 엄마가 얼마나 행복감에 젖는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한 손으로 다른쪽 젖가슴을 만지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히도록 아귀차게 젖을 빠는 모습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탱탱 불어 실핏줄이 튀어나온 젖가슴이 아기의 뱃구레가 불룩해지면서 수그러든다. 언뜻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목숨의 숭고함을 체험하는 순간이다.

젖을 먹다가 스르르 잠이든 아기의 입술을 본적이 있는가. 그 오물거리며 잠 짓하는 붉은 입술을 어찌 꽃과 견주겠는가. 내 가슴에 안겨있는 그 아이가 내 인생이고, 바로 내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충만한 시간이다. 한밤에 미열로 칭얼대는 아이를 잠결에 끌어안아 젖을 물리면 신기하게도 아기의 열이 내린다. 긴장할 필요도 없이 그저 아이와 함께 누워 토닥이기만 하면 된다.

잠에 취한 엄마의 기운이 젖을 통해 아이에게 전해져서 아이는 그냥 잠이 들어 버린다. 어쩌다 얼큰한 음식을 실컷 먹으면 아기의 엉덩이가 빨갛게 무른다. 엄마와 아기가 정신과 육체로 교감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수유는 엄마와 아기가 실시간으로 욕구충족의 쾌감을 교류하고 상호간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프로이드는 유아기에 가장 중요한 타자인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성격유형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원인이 멈추면 결과도 멈춘다' 는 명제를 통해 '문제 아이 뒤에는 항상 문제 엄마가 있다'는 말을 지지한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를 당연히 비난하고 꾸중해야 한다는 생각 이전에 그 아이가 나의 거울이라고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 헤아려본다. 칭찬하고, 지지하고, 격려하기보다는 다른 아이처럼 더 공부를 잘 할 수는 없을까, 더 좋은 자리에 취직해서 부모를 안심시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만 한 것 같다.

젖을 먹일 때는 늘 '우리아기 착한 아기 건강하게 자라서 귀한 사람 되거라' 는 말을 주문처럼 외웠다. 그러나 아이가 말귀를 알아들을 때 쯤 부터는 '위험하다, 하지 말아라, 안돼' 그런 말들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며느리가 돌아앉아 아기 젖을 먹이며 지극한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니 새롭다. 지금 아기를 생각하는 마음 변치 않고 사랑과 지지를 내내 보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모습으로 엄마가 먼저 되어가야 한다는 것을 주문하고 싶다. 아이는 언제나 부모의 거울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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