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순칼럼>서울본부 취재국장

김태순

서울본부 취재국장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는 한마디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쇠고기 파문과 관련한 국민적 분노와 절망의 실체를 모르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정도라면 무엇 때문에 대 국민담화라는 거창한 포장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히 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 면서 "지금까지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 이라며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은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는 한편 추가협의를 거쳐 수입되는 쇠고기는 미국인의 식탁에 오르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고 FTA를 비준해 달라고 애기 한 셈이다. 국민들이 입은 상처를 보듬고 끌어 안기는 커녕 더욱 덧나게 한 것이다. 국민과 소통할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놓쳐 버렸다.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그리고 감동 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이제 우리 대통령도 감동적이어야 한다. 국회 연설이든 TV 회견이든 국민 앞에 직접 나서 정책에 대한 이해와 호응을 촉구하는데 앞장 서야한다.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해야 한다.

사실 이번 쇠고기 파동의 핵심은 국민건강권과 검역권이다. 협상시기와 협상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국민에 사과를 했어야 했다.

공화당의 12년 통치를 종지부 찍고 8년 간 미국 대통령을 지낸 빌 클린턴은 국민의 가슴을 울리는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흠이었지만 선거 때마다 여성 표 상당수가 그를 지지했다.

클린턴의 정치특보를 지낸 조지 스테퍼노펄스는 그의 회고록에서 "그는 참모들의 긴장에도 불구하고 대중 앞에서 항상 멋진 연기를 보여준 대통령의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적고 있다.

타임지는 1930년 대공항기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장장 12년간 미국을 이끌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20세기 최고의 지도자로 선정 한 바 있다.

그의 성공 비결은 국민을 감동시킨 치밀한 신뢰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루스벨트는 재임기간 중 무려 1000번이 넘는 기자회견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과의 소통에 힘을 쏟았다.

그렇게 국민과의 소통에 앞장서는 바람에 나라를 절체절명에서 구 할 수 있었다.

이제 이 대통령은 지금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우선 솔직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리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세계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국정 쇄신책이 필요 없다"는 오만하고 편의주의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청와대와 내각을 대폭 교체해서라도 국민과의 소통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이 대통령은 잠시 권력의 초심의 맛에 젖어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수렴치 못했다. 혹독한 시련을 겪는 것도 앞날을 생각하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라도 정신만 차리면 얼마든지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감동 주는 대통령에 목말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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