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포럼>윤현자 시인ㆍ충북시조시인협회 사무국장

출근도 미루고 아침 일찍 서둘러 남편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오늘 아들 녀석이 2년간의 의무경찰 복무를 마치고 귀가를 하는 날이다.

먼 전방이 아닌 가까운 시내에서 복무를 해 큰 어려움이야 없었겠지만, 그래도 집과 가족을 떠나 자유롭지 못한 군 생활에 적응하느라 나름대로 고생스러웠을 텐데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복무를 마치고 전역을 한다니 여간 기쁘지 않다.

약속 시간보다도 삼십분이나 일찍 나가 기다리는 동안, 2년 전 녀석을 논산훈련소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던 기억이 새삼 새롭다.

잔뜩 겁먹은 얼굴을 차마 제 부모에게 보일 수 없어서인지 애써 외면하며 연병장으로 내달리는 녀석을 뒤로 하고 청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내내 눈물바람 이었다.

예전처럼 남북간 심각한 대치로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도 아니고, 멀고 먼 최전방으로 보내 자주 만날 수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던지, 그저 하루하루를 안절부절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부질없는 어미의 나약함이 걱정거리를 사서 만들었지 싶다. 정작 당사자는 생각보다 잘도 적응했던 것을….

아무튼 아무런 사고 없이 마음도 몸도 훌쩍 자라 듬직한 모습으로 돌아온 아들 녀석이 고맙고 대견스럽다. 5월은 가정의 달, 며칠 전 5월 21일 부부의 날이 지났다.

둘(2)이 하나(1) 되어 행복한 가정을 이루자는 뜻에서 21로 정해진 부부의 날은 지난 해 5월 2일 대통령령(제20045호)에 의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으니 올해로 두 번째 맞는 기념일이다.

최근 가정폭력, 이혼율 증가 등으로 인한 가족해체 위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되면서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정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제정되었다 한다.

부부의 날 충청북도가 선정한 올해의 장수부부상에 선정되어 주름진 두 손을 꼭 잡고 충청북도여성발전센타 단상에 오른 정 진욱(남 92세), 최 인하(여 91세)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텔레비전을 통해 소개되었다.

이미 구순의 나이를 넘긴지 한 해가 지난 백발의 아내는 역시 일 년 먼저구순을 넘긴 92세의 남편을 위해 아침 일찍 이슬을 걷어내며 텃밭에 나가 아욱을 뜯어 조반상을 준비하고, 그 지고지순한 아내를 위해 73년 동안 언제 어디서나 든든한 울타리와 버팀목으로 살아온 남편은 "내가 진정 아내를 위하고 사랑해야 자식들도 부모를 공경하고, 주변사람들도 나를 위하고, 또 우리를 위하는 것"이라며 푸근한 웃음을 짓는다.

곱게 세월을 여민 두 분의 모습이 잔잔한 수채화처럼 아침을 물들였다. 우리나라에선 최근 몇 년 동안 소위 '황혼이혼'으로 불리는 20년 이상 산 부부들의 이혼이 부쩍 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애지중지 보살피던 자식들마저 제 짝을 찾아 새 둥지로 떠나고 오롯이 둘만 남는 황혼의 시기, 그간 알게 모르게 놓쳐버린 정이 새록새록 솟지는 않더라도 서로에게 깃든 측은지심만으로 남은 여정을 함께할 수는 없었을까.

결혼이 선택이듯 이혼도 선택이라지만, 이혼율 세계3위 '이혼공화국'이라는 오명 앞에서 "건강히 함께 살다가 한 날 한 시에 죽어 내생에서도 꼭 부부로 살고 싶다"던 노부부의 말씀이 자꾸만 되새겨진다.

이혼하는 부부마다 나름의 사연도 분분하고, 굽이굽이 한 평생을 함께하면서 위기의 순간이 왜 없을까만, 가장 최악의 순간이 닥치더라도 조금만 더 배우자에 대해 너그럽게 배려해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이해를 하고, 그래도 생각에 변함이 없을 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내가 아닌 우리의 자식들을 생각하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오죽 허물없는 사이이면 촌수도 없이 무촌이고, 오죽 가까운 사이이면 배우자를 자신의 반쪽이라 했겠는가!

윤현자 시인ㆍ충북시조문학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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